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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역사전쟁’이 놓치고 있는 것
윤석열 정권의 역사전쟁 재개에분명한 게 있다면홍범도 장군 논란 때처럼 항일독립투사를 포함해이국 땅을 헤매다 살아 돌아오지 못한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이야기를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그들 존재의 무게를 느낄 역사를 삭제하고 있는 것이다이념적 목적과 의도에따른 것인지 여부를 떠나 윤 정권 주도 역사전쟁이 놓치고 있는 지점이다1) 4663명! 한국의 베트남 전쟁 파병 군인 중 전사자 숫자다. 한국의 베트남 전쟁 파병과 참전은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이루어졌다. 총파병 인원은 32만여명에 달한다. 그러니까 전체 파병 군인의 1.4%가 ‘살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다(전사자 숫자는 자료에 따라 수십명에서 백수십명까지 차이가 있다). 얼마 안 된다고 여겨지는가? 전사자를 숫자로 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숫자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들 모두 각각의 사람이었다. 자신만의 이름과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
정말로 보수정치를 대표하겠다면
한동훈호가 보수 살리기 우선 기치로 내걸어야 하는 것은 보수의 가치와 규범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이다이때 특히 중요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강조와 유도이다변화를 추동하든 거부하든 독단-독선-독주 태도가 비(非)나 반(反) 보수임을 잊어선 안 된다따라서 보수정치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사회적 토론과 합의 통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한동훈호’가 출범했다. 국민의힘이 총선 대패 후 석 달이 지나 ‘겨우’ 내린 처방책이다. 과연 이 처방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총선 패배 후 ‘최후의 골든타임’에 놓여있다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보수정치의 대표 국민의힘 혹은 국민의힘이 대표하는 보수정치를 살려낼 수 있을까?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여전히 친윤석열계 vs 반윤석열계 구도 속에 머물러 힘겨루기를 하느라, 보수정당의 이념·정책 노선을 둘러싼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정책위의장 인선 문제를 둘러... -
승자독식의 위험성
승자에게 필요한 것은 양보와 관대함이다 승리의 정당성은 승리의 그 순간이 아닌 승리를 거둔 이후의 인식·태도서 만들어진다‘의회독재’로 몰린 민주당과 이 대표는 물론‘검찰독재’로 불려온 윤 대통령과 집권세력 모두에 해당하는 과제다 이들 중 누구도 자신을 피해자로 여겨선 안 된다 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그들은 큰 힘 가진 승자다 그래서 독식의 위험성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승자독식은 멸망의 길이다. 정치에서든, 경제에서든 승자독식은 공동체 존속을 위한 정당성의 기반을 침식한다. 아무리 형식적 절차에 하자가 없다 해도 그렇다. 승자에 대한 견제와 균형, 승자와 패자의 교체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필요성을 부인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패자의 사망마저도 문제없는 것으로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은 정치와 경제의 원래 목적과 역할에도 어긋난다. 정치와 경제 모두... -
정의당 0석에 대한 ‘우려 섞인 관심’의 이유
지지하거나 당에 참여하지는 않아도 진보정당과 정의당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다승자 집단 사람들 중에도 존재한다. ‘힘의 균형’을 중시하는, 적어도 ‘공화’의 가치와 중요성을 아는 이들이다이들에게 정의당은 제3지대에 거주하는 ‘힘의 균형자’ 혹은 그들 중의 하나다. 이것의 사라짐은 관심 사안이 아닐 수 없다빵석! 2000년대 초의 민주노동당에 이어 한국 진보정치의 대표 격이었던 정의당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녹색당과 선거연합당(녹색정의당)을 만들어가면서까지 고군분투하였으나, 그리되었다.충격적이지는 않다. 선거 과정 내내 의석 확보에 필요한 정당 지지율 3%를 넘기지 못했기에 충분히 예견된 바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게 있다. 정계는 물론, 학계와 언론계 등을 중심으로 정의당에 대해 우려 섞인 것이긴 하지만 관심이 커진 것 같기 때문이다. 선거 이전에 필요했던 관심이 0석이라는 결과를 낳은 후에야 커진 건 왜일까? 총선... -
조국혁신당은 ‘대안정당’으로 성장 가능한가
조국혁신당의 길은민주당 주변에 위치하되 반윤석열 투쟁 핵심을 검찰독재 종식 넘어사회권 신장을 위한7공화국 건설 등으로조정하는 데 있다그땐 수권 대안정당 가능조국 대표에 대한 사회적 용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사회적 용서는 총선 후 조국혁신당이 약자 포용에충실하다 여겨질 때 이뤄질 것이다그땐 조국혁신당의 성장이라 부를 수 있다이번 총선 시기 정치 현실의 변화(가능성)와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조국혁신당의 등장과 선전이다. 선거와 정치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당 지지율, 특히 비례대표정당 지지 의향 등을 근거로 조국혁신당이 15석 안팎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단독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는 못하지만, 신생 정당으로서는 대단한 성과다.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을 제외하면 독자적 입지를 지닌 ‘제3당’이 될 공산이 크다.그런데 조국혁신당은 15석을 얻고 제3당이 되었다 해도 ... -
이재명민주당과 조국신당 ‘현상’을 보며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재명민주당과 조국신당이 집권세력 견제와 정권탈환 위한 범야권 협력과 통합을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이와 관련해 양당은 총선국면이 아닌, 이후의 큰 그림에 대한 물음을 유도하고 답을 들려줘야 한다 그래야만 범야권 내의 소모적인 반목과 갈등도 해소할 단초를 찾을 수 있다소위 ‘친명횡재 비명횡사’로 불리는 공천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민주당’이 되었다는 항의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감 가고 동의되는 바가 큰지, 여론조사상으로도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불공정했다는 비판적 평가가 우세하다. 국민의힘에 비해서도 그렇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정권심판의 길로 다 같이 모이자고 해놓고, 왜 그리 친문을 비롯한 비명계에게 박한지 의문이다. 꼭 그래야 했을까?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의 말처럼 윤석열 정권 출범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어디 친문만의 책임일까?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 -
586정치인들의 진짜 문제
586정치인의 진짜 문제는 대표성이 취약함에도 대표자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정치경쟁 구도에의 ‘기생’에 있다그들의 존재와 유력함이 정치를 후진적으로 만든다는 뚜렷한 증거 없고, 그들을 척결하면 정치가 나아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586정치인 척결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들이 기생하는 경쟁구도 혁신에 충실해야 하고, 그 도정서 자신의 대표성 강화해 대체세력이 돼야 한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86정치인 척결을 출사표로 내걸었다. 가진 신념이 그렇기도 하겠으나, 586정치인 퇴진론에 동조하는 이들에 기대어 총선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리라. 한 위원장은 과연 586정치인 척결을 이루고 그에 기대어 총선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586정치인 척결을 주창하는 이들이 스스로 던지고 답해야 할 물음이 있다. 586정치인 퇴진론이 나온 지 꽤 오래되었고 다수 여론임에도 불구하고 586정치인들이 유력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것이다. 또 586정... -
전두광의 ‘절대적 악마화’가 우리를 구원할까
‘서울의 봄’은 절대적 악마의 현존 혹은 재림을 경고하고, 그 절멸을 다시 염원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일까영화 속 이태신이 절대적 선이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물을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난 이태신에게서 그 어떤 씻김의 느낌도 갖지 못했다. 그 역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키워주었을 따름이다갑작스럽게 침묵이 흘렀다. 아니, 침묵이 하늘에서 쿵하고 내려앉은 듯했다. “전두환을 찢어 죽이자”라는 격한 구호 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2000명은 족히 넘었을 이들이 동시에 입을 닫았다. 아니,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말을 잃었다. 5월의 따가운 햇살만이 대기를 채웠다. 그사이에 그곳에 있던 모든 이들의 눈길이 오로지 한 사람에게 맞춰졌다. 그가 누구였길래, 또 무엇을 했길래 그랬던 것일까? 1988년 5월18일의 일이었을 거다. 8년 전인 1980년 5월의 광주학살 이후 최초로 전국의 청년대학생들이 광주로 집결해 공개적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 -
민주주의 위기의 실체
현재 민주주의의 위기는특정 세력 집권이 아니라 힘의 관계 불균형이 시정되지 못하는 데에서 찾아져야 한다민주주의 위기 극복은민주 vs 독재 구도조성을 주도하는 기성 정치세력들 간 선거 게임으로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그 구도가 실제 약자의 주권을 증진하기 위한 내용들로 채워지고 전 사회 걸쳐 만들어질 때 그리고 일련의 결과들이 축적될 때 가능할 일이다민주주의, 한국에서 정치를 논할 때 정치인과 학자를 위시로 한 정치관계자들이 가장 흔하게 입에 올리는 용어다. 대체로 민주주의가 잘되고 있다는 것보다는 잘 안되고 있다는 차원에서 사용된다. 이때 꼭 ‘위기’라는 말이 함께 쓰인다. 즉,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일컬어진다. 현 윤석열 정권의 지지기반인 보수세력의 경우, 그냥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꼭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라고 한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보세력과의 이념적 시각 차이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그... -
시민 주도의 정치판 만들기
‘시민 주도의 새 정치판’은 시민이 내년 총선 의미를 규정하고 표를 줄 세력을 만들거나, 기성 정당이 따라오게끔 만들어야 한다시민 주도의 정치판 만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음 총선에서 바로 이루어질 일도 아니고, 시작이나 할 수 있을지조차 분명치 않다하지만 시민 주도 정치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치 지성’ 핵심을 상기하는 것은 기나긴 여정의 시작을 도모함에 있어 무의미하지 않을 듯하다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을 치른 후 모든 정당에서 ‘혁신’이 다시금 화두다. 그런데 뭘 어찌 혁신하려는지, 그게 뭐든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진짜 하겠다는 것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목청 높여 소란스럽게 당 지도부 혹은 집권세력에 책임 추궁만 하고 있을 뿐이다. 선거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지 모르지만 총선 승리라는 당면의 목표를 감안하면 주어진 혁신의 시간은 별로 많지 않다. 이런저런 조치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의 효과를 통해 성패가 갈린다고 할 때 특히 그렇다. 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