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보다는 웃음이 더 효과적이다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안재원의 말의 힘]막말보다는 웃음이 더 효과적이다

막말은 사실 아무런 생각 없이 하는 말이 아니다. 상대방을 공격함에 나름 효과가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말이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자기편의 결집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급한 처지를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그리 권장할 만한 언행은 아니다. 또한 막말을 하는 사람을 보기 흉하게 만들기에 전술적으로도 그리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니다. 막말보다는 웃음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웃음을 일으키는 것이 연설가의 일임은 당연하네. 호의를 얻고자 하는 이에게 호감이 생기게 하는 것이 실은 즐거움이네. 어떤 사람이든 대개 답변하는 사람이 내놓은 한 단어에 담긴 예리함에 감탄한다네. 물론 때때로 날카롭게 공격하는 사람의 한마디도 그렇다네. 웃음은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저지하며 가볍게 만들고 두렵게 만들며 반박한다네. 또한 연설가를 세련되고 교육을 잘 받았고 기지가 넘치는 사람으로 드러내 준다네. 특히 엄중함과 가혹함을 부드럽게 만들며, 종종 아주 곤란한 상황을, 이는 말의 논리로는 쉽게 풀 수가 없는데, 이런 상황마저도 유머와 기지로 완화시켜 버린다네.”(키케로의 <연설가에 대하여> 2권 236장)

로마의 정치가 카이사르 스트라보의 말이다. 그가 웃음을 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웃음은 물리적인 충돌을 자극하는 막말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패이기 때문이다. 또한 웃음은 그 공격을 받은 사람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창이기도 하다. 방어의 여지와 겨를을 주지 않기에.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나 몸짓’(praeter exspectationem)에서 일어나는 것이 웃음이다. 웃음의 공격을 받은 사람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할수록, 다른 사람들은 웃게 만들지만, 그 자신은 비웃음만 더 사게 만드는 것이 또한 웃음이다. 이런 의미에서, 특히 정치인이 지녀야 하는 능력이 실은 웃음의 힘이다. 막말 대신에 웃음을 정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웃음의 정치이다. 물론 억지로 웃음을 만들려고 자신을 추하게 망가뜨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웃음이 아니라 비웃음만 산다. 하지만 웃음의 정치가 쉬운 일은 아니다. 사실, 고도의 지성을 요구하는 활동이 웃음의 정치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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