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천철, 우리에게 단군은 누구인가

〈아동희/ 단국대 명예교수·현정회 이사〉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단군은 누구인가. 4338년 개천절에 즈음하여 우리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개천절은 국조(國祖) 단군(檀君)이 나라를 세운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 겨레의 생일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은 시월 상달, 가을의 수확을 즐기는 백성들의 환호와 축제 속에 단군은 개국대업을 이룬 것이다.

단군은 누구인가. 단군은 실제적 존재인가. 단군은 인간인가, 신인가, 신인(神人)인가. 우리 민족의 시조에 대하여 확실히 아는 것이 없다. 단군이 웅녀의 아들 곰의 자식인가. 그래서 우리는 곰의 자손인가.

많은 역사학자들은 단군의 존재를 신화로 돌리고 있고, 종교학자들은 단군을 신흥종교나 미신으로 취급하고 있다. 일부 종교인들은 단군의 목을 자르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단군을 먼 옛날 전설 속의 할아버지로 알고 있다.

우리의 국조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는 동안에 나라를 빼앗기고 성도 이름도 빼앗겼다. 또 나라가 갈라지고 굴욕적 지배를 당하고 이제 고대사를 통째로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

홍익인간의 사상은 환인 환웅으로부터 단군이 계승한 원대한 이상이며 그것이 우리의 핏속에 흐르고 있다. 우리는 아득히 먼 뿌리의 옹달샘, 개천의 건국이념을 고즈넉이 상고하며 맑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

광복 60년을 맞은 올해 현정회(顯正會)의 개천절 대제는 획기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단군왕검과 함께 단군왕후 비서갑(匪西岬)의 신위를 나란히 모시고 제를 올린다. ‘제왕운기’에 ‘단군본기’라는 문헌을 인용하여 단군이 비서갑 하백의 딸과 혼인하여 부루를 낳았다고 한 기록을 근거로 단군 할아버지와 단군 할머니를 함께 모시게 된 것이다.

이는 단군의 신화적 성격을 축소하고 역사적 측면을 확대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단군은 실존인물이었다’(송호수)는 강연으로 우리에게 인간 단군의 모습을 문헌사적으로 고증해 제시한다. 또한 올해부터 새로 제복(祭服)을 제작하여 착용한다. 이것은 구월산 삼성사의 환인·환웅·단군 삼성에 대한 제사 의식의 기록을 조선왕조실록 정조 13년 6월 6일자에서 찾아 단국대 전통의상학과 박성실 교수가 고증한 것이다.

평양 대박산에 단군릉을 거대한 돌무덤으로 만들고 거기에 단군 내외의 유골을 복원해 놓았다. 재작년 남북 개천절 공동행사에 갔던 필자도 참배했다. 무덤이 있고 유골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단군은 신이 아니고 단군의 이야기는 신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군의 기록이 최초로 나오는 ‘삼국유사’까지 1,300년, 그리고 그때서부터 3,000년의 시간 저쪽의 인물인 단군에 대한 역사적 고증은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핏속에 흐르고 있는 단군정신은 남과 북이 다르지 않았다. 단군은 민족의 뿌리이며 구심점이고 우리의 큰 희망이며 그 자체가 이상이다. 필자는 얼마 전에 쓴 ‘단군의 나라’ 서문의 얘기로 이 글의 끝을 맺는다. “뿌리 끝에서 우리 다시 만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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