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한·미 FTA와 종편

정인숙 | 가천대 교수·신문방송학

군소 방송채널 퇴출 직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방송시장 같은 서비스시장은 이제부터 시장 개방의 몸살을 크게 앓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시장 분야의 개방은 방송채널(PP) 시장에 대한 간접투자 100% 허용,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국내 제작물 쿼터제 완화, 1개 국가 수입 영상물 편성 쿼터를 8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장 개방은 부분적으로 방송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군소PP의 몰락과 국내 애니메이션 및 영화 시장의 피폐화, 미국 영상물의 수입 가속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PP시장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며, PP 간의 양극화가 예상된다. 2007년 한·미 FTA가 양국 정부에 의해 타결되던 당시만 해도 4개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하기 전이었다. 종편채널이 등장한 이후에 직면하게 된 방송시장의 개방은 군소PP들로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종편으로 인해 채널 론칭의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FTA의 파고까지 넘어야 하는 이중의 고통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 기고]① 한·미 FTA와 종편

반면 종편에는 국내 제작물 쿼터제 완화와 확대된 미국 영상물 80% 편성이 오히려 장기적인 편성에 있어서 제작비를 감소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있다. 외국계 PP의 실질적 국내 시장 진입은 2015년에나 가능하다고 하지만 시간만 유예되는 것일 뿐 한·미 FTA와 종편의 등장은 국내 PP시장에서 독립 군소PP가 살아남기 어려운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고용시장의 침체와 악순환이다.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고 신매체가 등장하면 인력규모가 확대될 것 같지만 2000년 이후 미디어시장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고용시장은 오히려 축소되었다. 방송산업실태보고서에서 집계하고 있는 2010년 말 국내 방송인력은 정확히 2만9966명이다. 2001년에는 3만1182명이었다. 그동안 위성방송, 위성DMB, 지상파DMB, IPTV 등 신매체와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였건만 인력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1216명이 감소하였다.

한·미 FTA와 종편의 등장은 국내 콘텐츠 시장의 경쟁구도를 심화시킬 것이며, 이는 인력시장의 규모를 확대하기보다는 축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미 2007년 협상 당시 방송위원회 보고서에서도 고용감소효과를 최소 900명, 최대 1800명으로 예측한 바 있다. 종편의 출범은 경력직의 대이동을 가져왔지만 신규 인력의 고용창출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지속되기도 어렵다. 2001년 1만3408명이었던 지상파방송의 인력은 10년이 지난 2010년에도 여전히 그 수준인 1만3646명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PP시장에서 군소PP의 퇴출은 방송인력 시장 저변의 위기를 의미한다. 방송시장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경력직의 수평이동과 그에 따른 인력의 쏠림 현상을 가져올 것이고, 남은 인력의 경우 심각한 구조조정이나 증가하는 노동강도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나아가 국내 유수의 청년 인력들이 외국 기업의 값싼 하청인력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독립제작사나 군소PP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인력들은 재교육을 받기조차 쉽지 않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률과 취업의 질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악순환의 구도가 심히 우려되는 것이다.

방송시장의 인력 기반이 튼튼해야 국내 콘텐츠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산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창의인력의 기반이 강화되어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국내 콘텐츠 산업이 지속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한·미 FTA의 비준과 종편의 개국으로 인해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의 극심한 경쟁구도를 만들어낸 정부는 이제 방송인력 시장에 대한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방송인력 구조의 현황과 수급 전망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를 바탕으로 콘텐츠 인력 양성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시급하고도 절실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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