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독과점에 비판·감시 약화… 민주주의 위협

김종목 기자

미국도 신문·방송 겸영으로 언론시장 90% 장악

2008~2010년 사이 미국 전역 7개 대도시의 유력 지역일간지가 문을 닫았다. 2008년 한 해 미국의 신문사들에서 6000명(전체 11%)이 해고당했다. 2009년 5200명, 2010년에도 2200명의 신문종사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기자를 둔 신문사는 10년 전 200개에서 55개로 줄었다. 미 의회 담당 기자는 2003~2009년 사이 30% 줄었다. 미 의회 조사국(CRS: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이 지난해 9월 낸 보고서 ‘전환기의 미국 신문 산업’에 나온 통계다. 1996년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한 텔레커뮤니케이션법 통과 이후 미국 방송시장의 90%가 소수 미디어 재벌에 장악됐다.

자본과 결탁한 미국의 거대 미디어 재벌의 여론시장 독과점은 지역 밀착형 언론사와 작은 언론사의 도산을 가져왔다. 이들 언론사의 몰락은 미국 정치·경제·사회 핵심 시스템에 대한 비판·감시를 약화시켰다. 미 의회 조사국은 보고서에서 “미국인들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하며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이 정상 작동할지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가 29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조중동방송 신장폐업 선포 및 조중동방송 5적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가 29일 서울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조중동방송 신장폐업 선포 및 조중동방송 5적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언론 전문가들은 한국의 조선·중앙·동아 종합편성채널(종편)도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라고 본다. 조·중·동은 이미 신문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유선·위성방송사업자가 조·중·동 방송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전송하는 특혜를 부여받은 종편은 지역신문과 방송, 풀뿌리 언론사들을 무너뜨리고, 지역여론 다양성과 공공성도 파괴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종편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송 광고시장에 미치는 영향력과 유사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지역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광고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방자치단체 감시와 견제를 위해 꼭 필요한 지역방송이 미디어 빅뱅으로 위기를 맞게 됐다”고 했다.

‘정권 재창출 방송’ 소리를 듣는 종편은 추가 특혜를 놓고 권력과 거래하고 있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현 보수정권은 내년 선거에서 종편까지 거느린 조·중·동의 지원으로 승리해서 계속 집권하고 싶어한다”며 “보수주의, 반공주의, 시장만능주의 이념으로 유착된 보수 권력과 보수 언론, 재벌은 그 자체로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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