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특혜는 많고 책임은 적다

최희진 기자

종합편성채널(종편)은 보도·교양·오락 등 프로그램 편성이 지상파 방송과 같다. 유료 방송이지만 케이블 가입자가 전체 TV 시청가구의 90%에 이르기 때문에 시청자에 대한 도달 범위도 지상파와 비슷하다. 그러나 종편은 혜택은 지상파보다 많이 받고 책임은 지상파보다 적게 부담하고 있다.

(1) 지상파급 대우

종편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방송하게 하는 것은 대표적인 특혜다. 현재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일반위성방송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전송해야 하는 방송은 KBS1·EBS와 공익, 종교, 지역채널 등이다. 종편이 개국하면 이들 역시 의무 재전송 대상에 들어간다. 이는 방송법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무 재전송 조항이 시행령에 삽입된 건 2001년이다. 유선방송사업자가 채널을 편성할 때 오락뿐만 아니라 보도, 교양 등의 채널을 넣어 공익성과 다양성이 구현되도록 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방송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거대 신문사의 유료 채널인 종편에 의무 재전송 지위를 부여하는 건 지상파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BS2·MBC·SBS는 무료 보편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이지만 의무 재전송 대상이 아니다. 종편이 의무 재전송 조항의 취지대로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 유리한 채널 번호

의무 재전송은 채널 배정 문제와도 관련돼 있다. 아날로그 케이블의 채널 수는 70개 정도다. 의무 재전송 채널인 종편 4개사와 보도전문채널 1개사가 새로 편성되면, 기존의 방송채널 사용사업자 5곳이 편성에서 제외돼야 한다. 지상파 계열 및 대기업 계열의 채널은 인지도와 시청률이 비교적 높으므로 편성 자리 다툼에서 생존할 수 있다. 종편 의무 편성의 피해는 고스란히 규모가 작은 개별 채널들에 돌아간다.

콘텐츠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종편이 낮은 번호의 채널을 당연하다는 듯 배정받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이 낮은 번호의 채널을 가져갈 수 있도록 유선방송사업자들에 유·무형의 압력을 넣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종편 채널이 70~80번대 채널에서 외톨이로 있으면 안된다. 행정지도 차원에서 시청자 편익을 위해 효율적인 채널 관리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편은 당초 원했던 황금채널(5·8·10·12)을 받지는 못했으나 유선방송사업자들과 협상 끝에 14~20번의 낮은 채널을 받았다. 지상파와 인접한 채널일수록 시청률이 높고, 시청률 상승은 광고 수익 증대로 이어진다.

(3) 광고 직접 영업 나서

헌법재판소가 2008년 한국방송광고공사의 판매대행 독점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3년이 지났지만 국회는 대체 입법을 미루고 있다.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법의 제정이 지연되면서 종편은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종편이 광고영업을 판매대행사에 위탁하도록 법률로 강제해야 한다는 게 당론이지만, 한나라당은 종편의 자유로운 광고영업을 허용해야 한다며 법안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종편의 직접 영업이 매체 광고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종편이 비판적인 기사와 광고를 맞바꾸는 방식으로 영업하며 시장 질서를 해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문·잡지, 지역 민영방송, 종교방송 등 중소 언론사는 종편의 등장으로 광고 매출이 급감해 경영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4) 지상파보다 자율 편성

종편은 지상파와 동등한 영향력을 가진 만큼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데 규제 내용이 다르다. 편성 규제에서 지상파보다 자유롭다. 지상파는 분기별 전체 방송 시간의 60~80%에 국내 제작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하지만, 종편은 편성 비율이 20~50%에 그친다.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 비율도 지상파는 4~40%지만 종편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 종편은 핵심 시간대에 제작비를 많이 투입한 국내 제작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주변 시간대엔 값싼 수입 프로그램을 배치해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 지상파는 전체 방송 시간의 0.2% 이상을 공익광고에 할애해야 한다. 반면 종편은 비상업적 공익광고의 의무 편성 시간이 월간 전체 방송 시간의 0.05% 이상이다. 종편은 그만큼의 상업광고 방송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5) 발전기금 징수 유예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보면 방송사업자는 방송광고 매출액의 6% 이내에서 방송발전기금 분담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방통위는 종편의 발전기금 분담금 징수를 유예할 뜻을 밝혔다. 개국 초기 종편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분담금 납부 의무를 덜어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분담금을 내지 않을 경우 종편은 한 해 수십억원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기준으로 KBS·EBS는 방송광고 매출액의 3.17%, MBC·SBS는 4.75%를 분담금으로 납부했으며 지역 MBC와 지역 민방은 3%, 라디오방송은 2.5%를 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는 발전기금 유예 조치가 방송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하는 데다 방송으로서 이행해야 할 공적 책무를 종편에만 면제해주는 것이라며 방통위를 비판하고 있다.

(6) 광고 금지품목 완화

정부는 광고시장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방송광고 금지품목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17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신규 광고시장 창출과 방송광고 규제 완화를 통해 광고시장 규모를 2011년 국내총생산(GDP) 0.74% 수준에서 2015년까지 GDP 1%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방송광고 금지품목인 병원 등 의료기관과 전문의약품의 광고 규제를 해제해 종편에 먹을거리를 마련해주겠다는 뜻이다. 이 정책이 실현되면 우울증 치료제, 고지혈증 치료제, 발기부전 치료제 등이 방송 전파를 타게 된다.

현재 전문의약품 광고가 허용되는 나라는 미국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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