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꿈틀거리는 메가 FTA, 휘청거리는 농업

김한호 서울대 교수·농경제학

한국은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하며 지금까지 17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발효시켰다. 일부 경제블록과의 협정도 있지만 대부분 양국협정으로 규모는 국지적이다. 그런데 최근 대륙 혹은 대양을 포괄하는 메가 FTA 확산 조짐이 보인다.

김한호 서울대 교수·농경제학

김한호 서울대 교수·농경제학

우선 작년 11월 정부가 타결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연내에 마무리될 것 같다. RCEP는 한·중·일·호주·뉴질랜드와 아세안 10개국 등 15개국이 참여하여 국제무역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이다. 거기에 정부는 환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하여 국제무역의 15%를 차지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결단도 곧 내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대만의 CPTPP 전격 가입 신청으로 환태평양 시장에서 한국의 소외 가능성을 정부가 우려하는 것 같다.

그런데 국내절차만 남겨둔 RCEP와는 달리 CPTPP 가입은 국내외에서 갈등을 빚을 것 같다. 지금 CPTPP를 주도하는 일본과의 외교·통상현안이 국외 갈등요인인데, 한·일관계에서 생긴 외교현안과 후쿠시마 수산물 등을 둘러싼 통상현안이 그것들이다. 더 큰 갈등요인은 국내 농업계에 있다. RCEP 발효는 낙농 가공식품, 열대과일 등의 수입 증가를 초래하고 그에 의한 국내 농업 피해 가능성을 줄곧 우려해 왔다. 그런데 CPTPP는 개방수준과 규정범위가 역대 최고 수준의 FTA라고 평가되며 RCEP보다 더 큰 충격을 줄 것이 예상된다.

CPTPP의 기존 회원국 전원합의 가입제도 역시 농업계의 우려를 키우는 한 원인이다. 회원국 가운데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칠레, 베트남 등 농업 강국은 한국과 이미 양자 FTA를 맺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양자 FTA의 개방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식을 처음부터 해왔다. 따라서 이들은 한국의 CPTPP 가입요청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들은 한국의 가입 조건으로 동식물 검역조치 완화, 관세철폐 대상품목 확대, 쌀 같은 민감품목의 추가 시장개방 등을 요구하고 한국은 불가피하게 수용할 가능성을 농업계는 우려한다.

그렇다고 CPTPP 가입의 불가피성을 외면할 수는 없다. 국가의 경제·외교·안보 측면을 고려할 때 환태평양 경제블록에서 소외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농업계가 제기해 온 몇 가지 쟁점을 국회와 정부가 함께 해소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회는 계류 중인 통상조약법 개정을 서둘러 통상조약 관련 정부 보고의무 대상에 외통위, 산자위, 통상특별위원회 외에 농해수위를 포함해야 한다. 많은 통상갈등이 농산업에서 제기되는 점을 고려할 때 필요한 조치로 판단한다.

둘째, 정부는 현행 FTA 관련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우선 예산집행률이 낮고 농가당 지급액이 크지 않은 FTA 피해보전직불제는 발동요건을 완화하고, 직불금 상·하한액 설정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금 조성이 부진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민간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고와 민간 출연에 대한 정부의 매칭 지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국회와 정부의 노력으로 메가 FTA 참여에 따르는 갈등 해소를 통해 통상강국 지향에 차질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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