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온라인 플랫폼에도 상생의 룰이 필요하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온라인 플랫폼은 우리 삶을 점점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제 플랫폼을 통한 경제활동이 익숙해진 지 오래고, 플랫폼은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 중이다. 그런데 소비자와 달리 소상공인들은 플랫폼의 확장을 반가워하지만은 않는다. 왜 그럴까?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입점업체들은 플랫폼이 불공정거래행위를 한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법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앱 개발자의 40%가 앱마켓으로부터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했다. 숙박앱에서도 적게는 30%, 많게는 70%의 숙박업체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했고, 오픈마켓에서도 40% 이상의 입점업체가 불만을 표시해왔다. 심지어 대기업조차 오픈마켓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한 사례가 있다.

이것이 건강한 거래관행일까? 물론 모든 입점업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30% 이상의 입점업체가 불만을 가진다면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갑을 문제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하도급거래의 경우 하도급업체의 만족도가 98%에 육박한다. 가맹점도 87%에 가깝다. 플랫폼의 영역이 점점 확장되어 간다는 걸 감안하면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무엇이 문제일까?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규칙이 불투명하다. 알고리즘 변경은 입점업체에 영향을 주는데 변경 여부도 알려주지 않는다. 플랫폼이 자사 상품을 상위에 더 많이 노출시키는 것 같은데 확인할 길이 없다.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 규정의 모호함과 그 모호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받는 불이익에 대한 불만도 크다.

다른 문제는 거래상 지위의 남용, 즉 갑질이다. 소상공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수수료 인상이나 광고료 문제가 가장 현실적인 불만이다. 입점업체에 다른 상품을 끼워 파는 행위도 발견된다. 다른 플랫폼과는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배타적 거래도 문제다. 판매가격을 다른 플랫폼보다 낮추도록 강제하는 MFN 조항도 적발된 바 있다.

그렇기에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제정안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로 플랫폼의 투명성을 높이는 사전규제와 갑질을 방지하는 사후규율이다. 그런데 제정안에 대해 너무 강한 규제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사전규제는 입점업체와 계약서를 쓰고 주요 변경사항을 사전 통지하라는 약한 수준이다. 계약서에 담겨야 할 항목을 지정했을 뿐, 내용은 당사자 간 합의에 맡기고 있다. 투명성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합의해야 할 최소한의 항목들이다. 유럽연합에서 2020년 시행된 공정성·투명성 규정과 유사한 수준이다. 사후규율은 상생을 위해 필요한 규칙이다. 특정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갑질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갑을관계 법들보다 금지행위 유형 수가 적고 벌칙 수준도 낮다.

규제 대상도 적절해 보인다. 해외 사업자도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규제 대상 기업은 다소 많아 보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 협의 과정에서 규제 대상 기준을 10배 높이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대규모 플랫폼에 특별히 더 높은 투명성과 상생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영향이나 경쟁 촉진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적절한 규칙이 마련되지 않으면 이익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투명성이 높아져 플랫폼 간 품질 경쟁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플랫폼이 창출한 편익을 소비자, 입점업체와 나누는 상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경제의 역동성이 제고되고 선순환 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 지금이 규칙을 마련할 때다. 연성규범과 사후규율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상생을 유도해야 한다. 이 법안의 통과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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