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연되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 조속히 출범시켜야

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최근 교육부가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정책을 발표했다가 교육계와 학부모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신임 장관이 경질되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대통령에게 보고, 추진하려던 초등 입학연령 5세 학제개편안은 사실상 철회됐다. 이 사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교육부 수장이 현장 교육전문가가 아니어서 그런 실수를 범한 것이다. 왜냐하면 교육 정책은 학생, 학부모, 현장 교사들이 공감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그들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는 내공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 교육 정책은 현장 파악, 여론 수렴 및 공론화 과정, 그리고 인프라 구축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도 절차를 무시하고 정책을 밀어붙였으니 실패는 예정된 것이었다. 과거 ‘대입 제도 개편’의 실패가 보여준 교훈이다. 교육부의 ‘5세 입학 추진’은 선 발표 후 여론 수렴이라는 절차의 문제뿐 아니라 현장 경험 부족이 초래한 정책의 실수였다.

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초등생 5세 입학 추진 정책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5세는 아동 발달 과정이 미숙하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압도적 다수(99%)였다. 필자가 조사한 현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중등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교원 수급 대책 마련이었다. 초등 현장에서 요구가 제일 많은 것으로는 학급당 학생 수를 30명에서 20명 이하로 줄이라는 응답(95%)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담임교사들은 비대면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방역 업무와 학력 부진아 지도 및 생활 지도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업무 가중으로 수업 준비와 학력 부진아 지도를 할 시간이 없는 데다가 교사 1명이 30명 이상의 학생을 지도하기가 어려우므로 대체교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 초등교육 현장은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이 넘는다.

고등학교 현장에서도 대체교사 수급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교교사들은 고교 학점제 시행으로 전공과목 외에 여러 선택 과목을 가르쳐야 하므로 수업 준비를 할 시간이 부족하고 선택과목 수업에 수반되는 시험 출제 및 성적 평가, 평가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교육부가 아동 5세 취학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려 했다면 교육 과정 개정, 교실 확충, 교원 충원이라는 계획부터 먼저 세웠어야 했다. 이런 순서와 절차를 생략하고 불쑥 정책부터 발표했으니 학부모의 반발과 대혼란은 당연하다. 게다가 초등 수업 현장은 해마다 주의력 결핍 장애 학생 수가 증가하여 수업에 지장이 있는데, 교권이 추락하여 이런 학생들을 통제하기조차 점점 힘든 상황이다. 초등생 입학연령을 낮추면 교실 현장은 수업 통제가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초·중등 현장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의 순서로 교원 충원, 대입 제도 개편, 고교 학점제를 꼽았다.

이번 교육부의 정책 혼선을 보면서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이런 문제를 국가교육위에서 사전에 여론수렴 과정을 거쳤다면 이런 해프닝은 없었을 것이다. 지연되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을 바란다. 그리고 이곳에서 산적해 있는 교육 문제부터 먼저 해결하고 교육 개혁 정책을 수립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 현장은 시급한 당면 과제부터 해결한 뒤 교육 개혁 정책을 추진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다시는 교육부가 먼저 정책을 발표한 뒤 현장 의견 수렴이라는 절차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현장 교육전문가가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에 들어가서 현장 중심 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교육위원회는 ‘현장 교육 관리 부서’를 두고, 각 시·도 교육청에도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구를 신설해야 할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면 현장 맞춤형 교육 정책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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