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습 폭우에 속수무책인 재난 대응 시스템

추석 연휴 첫날 서울과 인천 등 중부지방에 200㎜가 넘는 최악의 폭우가 내려 2명이 사망·실종되고 1만4000여가구가 물에 잠겼다. 아무리 과학적 예측이 어려운 기상이변이라지만 당국의 속수무책에 이재민들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번 폭우는 9월 하순 서울에 내린 비로는 1908년 기상 관측 이후 최대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감안해도 기상청의 예보는 너무 빗나갔다. 기상청은 당일 오전 11시 서울 등 중부지방에 20~60㎜의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그러나 그 시간에 강화도 등지에는 시간당 40㎜가 넘는 호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2시간 뒤에는 서울에 예보량보다 3배가 많은 시간당 100㎜가 넘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기상청의 존재 이유는 예보의 정확성이다. 최소한의 예보 서비스가 이뤄져야 이후 재난에 대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연초에 폭설을 예상하지 못한 데 이어 지난달 태풍 곤파스가 들이닥쳤을 때도 상륙 시간을 잘못 예측한 바 있음을 기상청은 기억해야 한다.

방재 시스템 역시 큰 허점을 노출했다. 서울시는 당일 오후 4시30분에 피해지역 전 직원을 출근시키는 총동원령을, 재난 대응을 총괄지휘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후 7시에 ‘3단계 비상대책근무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서울에 250㎜의 비가 내려 배수 불량으로 광화문 등 곳곳이 물에 잠긴 뒤였다. 소집령을 받은 공무원들도 추석 연휴에 따른 귀성 등으로 출근하지 못해 이재민들의 기본적인 구호 요청에도 응할 수 없었다. 게다가 피해 현황 조사마저 늦어지면서 긴급복구자금 지원이 더뎌지고 있다. 태풍 곤파스의 내습 때는 150만가구에 정전사태가 났는데도 당국의 현황 파악이 제각각이어서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잦아지고 있다. 특히 한반도는 기후변화대의 가장자리에 있어 온난화에 따른 기상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과거의 기후값만을 근거로 안이하게 예보해서는 안 된다. 이번과 같은 폭우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기상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서울지역 전체의 배수처리 능력은 시간당 75㎜까지라고 한다. 하지만 뉴타운 개발 등으로 서울지역이 아스팔트화하면서 물이 스며들 곳이 줄어들어 배수 불량에 의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해재난 대비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 기후변화와 도시 환경에 맞는 새로운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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