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예보, 기상청도 ‘으악’

류인하 기자

20~60㎜ 예상 실제로는 200㎜ 넘어

이변 속출 당혹… ‘물폭탄’ 또 올수도

추석 연휴 기간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기상청이 또다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당초 기상청은 20~60㎜의 강수량을 예상했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200㎜ 이상의 기습폭우가 내렸기 때문이다.

기상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 259.5㎜를 비롯해 부천 218㎜, 양평 214.5㎜, 인천 175.5㎜ 등의 비가 내렸다. 이날 서울 강수량은 9월 하순 강수량으로는 1908년 기상관측 시작 이래 최대이고, 9월 중 강수량으로는 1984년 9월1일(268.2㎜)에 이어 역대 2위다.

이번 폭우는 우리나라 북서쪽의 차가운 대륙고기압과 남쪽의 따뜻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만나면서 좁고 강한 정체전선이 동서 방향으로 형성돼 발생했다.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간 것은 정체전선의 진로를 예측하면서 ‘태풍 변수’를 깊이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당초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약화되면서 정체전선이 남쪽으로 내려갈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괌 북쪽 해상에서 발달한 태풍 ‘말라카스’의 영향으로 비구름대가 남하하지 못하고 장시간 수도권 상공에 머물며 큰비를 뿌렸다.

기상청은 지난 1월4일 100여년 만의 폭설이 내렸을 때도 서울·경기·강원 등에 최대 10㎝의 눈이 올 것이라고 예보했으나 서울에 관측 사상 최대인 25.8㎝의 눈이 쏟아졌다. 이달 2일에도 태풍 ‘곤파스’가 정오쯤 강화도에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로는 5~6시간 일찍 상륙해 출근길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기상청은 난감해하는 표정이다. 돌발적 기상변수를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까지 속출해 정확한 예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가을 물폭탄’이 앞으로 또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는 라니냐 때문에 북태평양고기압이 아직까지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자리한 우리나라에 많은 수증기가 공급되고 있어 다음달 초까지는 국지성 호우가 더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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