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준표의 신년사, 소음과 잡음뿐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신년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혼란과 퇴행의 원인은 바로 문재인 정권의 좌파 국가주의”라며 “좌파 국가주의가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서도 “(정부가) 김정은의 시간 벌기용 위장평화 공세와 정치쇼에 끌려다니면서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구상을 “좌파 사회주의 개헌시도”로, 적폐청산 작업은 “보수우파의 씨를 말리기 위한 것”으로 규정했다.

홍 대표의 주장은 6·13 지방선거를 위한 ‘좌파 프레임’ 전략이라 해도 궤변과 비약이 지나치다. 합리적인 정부 정책 비판은 하나도 없고 온통 좌파 타령에 저주 수준의 악담뿐이다. 탄핵 사태를 반성하면서 혁신으로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케케묵은 색깔론을 꺼내든 데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저임금을 16.4%나 일시에 졸속으로 인상한 것은 결국 반(反)서민, 반청년 정책이 될 것”이라는 홍 대표의 주장은 후안무치하다. 노동자와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당이 할 얘기가 아니다. 빈곤과 실업 해결책은 제쳐두고 사상 공세만 펼치는데 지지를 보낼 시민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더욱 유감스러운 것은 평창 올림픽을 매개로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는 정부를 대안 없이 공격한 점이다. 평창 올림픽 주최와 남북 단일팀 구성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적극 추진한 사안이다. 이명박 정부 때 통과된 ‘평창올림픽지원 특별법’은 남북 단일팀 구성을 명문화하고 있다.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에서 도시국가들이 체육행사를 통해 전쟁을 멈추던 데서 출발했다. 이런 올림픽정신을 무시하고 남북 단일팀에 정치색을 입히는 것이야말로 세계의 웃음거리를 자초하는 일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까지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은 여간 실망스럽지 않다.

한국당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숲은 보지 않고 계속 남북한 정부를 상대로 적개심만 고취시킨다면 비이성적이고, 비현실적인 집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홍 대표와 한국당이 진정 명예로운 보수당이 되고 싶으면 스스로 명예로운 처신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최소한의 논리와 양식도 갖추지 못한 소음과 거짓 선동으로 뒤섞인 잡음을 제1야당 대표의 신년회견이랍시고 발표하는 것 자체가 거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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