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 건물붕괴 참사에서 또 드러난 불법 재하청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13일 “사고 현장의 건축물 철거와 석면 해체 공사에 모두 불법 재하도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건축물 철거 공사를 한솔기업에 줬고, 한솔은 다시 광주 지역 업체인 백솔건설과 재하도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은 석면 해체 공사를 다원이앤씨라는 업체에 맡겼는데 이 업체도 백솔건설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부실 공사 등을 방지하기 위해 건설산업기본법상 금지된 다단계 재하도급이 잇따라 확인된 것이다. 건축계의 고질인 불법 재하도급이 또다시 이번 붕괴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업체들이 불법을 저지른 정황은 사고 직후부터 제기됐다. 우선 하청 업체가 관할 구청에 제출한 철거계획서 순서대로 철거가 진행되지 않았다. 철거계획서를 낸 업체와 현장 공사를 진행한 재하청 업체가 다른 탓에 무리한 공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참사 직후 현대산업개발은 “재하도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는데 실상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큰 회사가 어쩌면 이렇게 안이하게 공사 관리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석면 공사에 철거업체 다원이앤씨가 하도급을 받아 다시 재하도급을 준 것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백솔건설은 석면 해체 면허가 없어 이를 다른 회사로부터 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재하도급 경위를 엄정히 수사해 위법 사실을 낱낱이 가려야 한다.

불법적인 다단계 재하도급은 오래전부터 철거 및 건설에서 부실 공사의 주범으로 간주돼왔다. 재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용이 줄고, 이에 따라 업체들은 인건비와 장비 임차비 등을 줄이려고 무리하게 기간을 단축하기 때문이다. 하청·재하청 과정에서 계속해서 ‘이익금 빼먹기’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번에도 불법 하도급을 거치면서 철거 공사비가 당초 3.3㎡당 28만원에서 10만원을 거쳐 최종 4만원으로 줄어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불법 하도급을 없애지 못하면 건축현장의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하청·재하청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 공사비를 아끼고, 속도전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한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게 돼 있다. 당국은 불법 하도급 관행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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