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언론중재법 강행 말고 공론화 다시 나서라

허위·조작 보도를 한 언론사에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토록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이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여야는 각 당에서 대안을 마련한 후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법안 통과를 반대해온 국민의힘은 아직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이번주 안에 문체위 통과를 강행할 태세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 현업단체들과 정의당은 언론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이들이 왜 한목소리로 반대하는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시급한 민생법안도 아닌데, 스스로 정한 시한에 얽매여 일방적 강행 처리를 해선 안 된다.

민주당이 지난달 말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을 표결처리한 이후 대부분의 언론 단체에서 졸속 입법과 위헌성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민주당은 12일 이들 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이후 고위공직자·선출직 공무원·대기업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언론사가 아닌, 피해자가 보도의 고의·중과실을 입증하는 주체임을 명확히 하겠다고 했다. 열람차단이 청구된 기사에 해당 사실이 있었음을 표시하도록 하는 조항도 삭제키로 했다. 민주당이 법안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상임위 강행 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기자협회 등 4개 언론단체는 “독소조항 일부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춰 강행처리 명분으로 삼는 것은 신뢰를 저버린 반민주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지금은 땜질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 재검토와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언론개혁의 대의에 공감한다. 일부 매체가 언론의 책임과 신뢰를 저버리고 왜곡·과장 보도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이 제도가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비판 기능을 위축시킬 소지가 심대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가짜 뉴스’를 잡으려다 언론의 본연 기능을 훼손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것이다.

민주당은 일부 조항을 수정한 안으로 상임위 통과를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언론환경 조성을 위해 개정안 처리를 서두른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야가 국회 언론개혁 특위를 구성해 논의의 장을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론의 자유와 언론의 책임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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