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 결코 독단·독주할 법 아니다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19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19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가짜뉴스 피해 구제를 강화했지만, 진보·보수 야당과 언론 종사자단체들은 “고의·허위·조작 개념과 판정 기준이 모호하다”며 더 많은 숙의를 요구하고 있다. 법안은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석을 에워싼 속에 여당 의원들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의 기립 표결로 처리됐다. 전날 안건조정위에서도 3분의 2를 점한 여당·열린민주당이 법안을 단독처리했다. 여당은 법사위를 거쳐 25일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하겠다고 했다. 합리적 토론·대안 요구에 귀를 닫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지난달 27일 문체위 소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23일 만에 세 차례 수정됐다. ‘권력감시 후퇴’ 우려에 여당은 고위공직자와 기업 임원의 징벌적 손배 청구권을 삭제했다. 또 허위·조작 보도 입증도 원고가 하게 하고, 손해배상의 언론사 매출액 기준과 기자 구상권 청구 조항도 삭제했다. 고의·중과실 추정도 ‘보복·반복적인 허위·조작’ ‘회복 어려운 손해 발생’ ‘정정보도 기사 복제·인용’ ‘제목·시각자료 왜곡’의 4가지로 줄였다. 언론계가 지적한 부작용이나 독소조항을 잘라내면서 입법 속도전을 편 것이다.

그럼에도 법안에는 언론자유를 훼손·위축시키고 보도 사각지대를 키울 대목이 여전히 많다. 언론이 감시할 권력은 정치·행정·기업만이 아니다. 지금도 종교·사학·복지단체 등의 비리에 대한 탐사·추적 보도는 숱한 송사에 직면하고 있다. 대기업 임원이 아닌 실무자, 정치인 친·인척이 내는 징벌적 손배는 다른 것인가. 고의·반복·악의 등의 판단 기준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은 명확하고 정교해야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지속 가능할 수 있다.

언론의 책임과 피해구제를 강화하는 이번 입법에는 시대적 요구가 깃들어 있다. 경향신문도 언론개혁 대의와 징벌적 손배 제도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 성매매 기사에 조국 전 장관 부녀의 이미지를 쓰는 행태는 사라져야 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한 보도도 있어서는 안 된다. 언론의 불신이 정당한 교정·삭제 요구나 언론중재 결정을 적실하게 수용하지 않아 일어나고 있음도 자성하고 직시해야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 목적은 피해구제를 제도적으로 강화하고 언론사 스스로 문제를 일으킬 보도를 지양하게 하는 데 있다. 그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이뤄졌다. 여당은 민주주의와 언론 역사에 오점이 될 현 수준의 입법 독주를 멈추고, 언론 현업단체들이 요구하는 국회 특위를 수용해야 한다. 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입법을 굳이 대선 앞에 추진해 오해를 키울 일은 아니다. 야당도 언론 소비자·단체가 합의하는 내용을 입법화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약속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자유와 책임, 법의 실효성과 수용성을 함께 높이는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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