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긴급조치가 무색한 요소수 현장 대란, 행정력은 어디 있나

정부가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동했음에도 요소수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14일 인천 시내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긴급수급조정조치를 발동했음에도 요소수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14일 인천 시내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요소수 긴급수급조정조치가 나온 지 사흘이 지나도록 요소수 유통 업체와 일선 주유소, 소비자가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4일 요소수 거점 주유소에는 경유 차량 대기줄이 인근 도로까지 길게 늘어섰다. 그러나 요소수가 동났다는 소식에 일부는 운전대를 돌려야 했다. 주유소를 찾아 전전하던 경유차 운전자들은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정부가 현장 유통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조치를 발동한 데다, 상세하게 안내하지도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요소와 요소수를 수입·생산·판매하는 기업은 일일 실적 관련 정보를 다음날 정오까지 신고하도록 하는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지난 11일 발동했다. 사재기를 막기 위해 주유소에서만 요소수를 판매하되 승용차는 한 대당 최대 10ℓ, 화물차는 30ℓ만 살 수 있도록 했다. 요소수 판매처를 사실상 주유소로 한정하면서 중소 제조업체는 판로가 막막해졌다. 주유소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중간 유통단계를 거쳐 시중에 요소수를 판매했던 중소업체로서는 긴급조치로 인해 판로가 막히게 된 셈이었다. 요소수 재고를 보유하고도 당장 판매할 주유소를 찾지 못해 유통시키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전날 차량용 요소수 180만ℓ를 전국 100개 거점 주유소에 공급한다고 했지만 품귀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이튿날인 14일 오후까지 요소수를 받지 못했다는 경기 구리시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거점 주유소로 지정됐다는 소식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 어제부터 요소수 찾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지만 죄송하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소수 재고를 보유한 일부 주유소에서 단골이나 일정금액 이상 주유 고객에게만 요소수를 판매하는 ‘갑질’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수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긴급조치는 치밀한 검토를 거쳐야 하고 이행 조치도 정확해야 한다. 하지만 조치는 현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책상머리에서 급조된 듯 보이고, 실제 요소수 유통 과정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있다. 긴급 수입하기로 한 요소와 요소수 역시 정부 외교력을 발휘한 성과가 아니었다. 확보 물량은 대부분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작동한 덕분으로 확인됐다. 초기 늑장 대응을 시인하며 “아프게 반성하겠다”던 김부겸 국무총리의 사과가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근본적 수급대책뿐 아니라 관련 부처의 대응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권 말 직무유기나 복지부동 행태가 겹친 게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요소수 품귀와 유사한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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