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의 청년·여성 대표 영입이 진정성 있으려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선을 위해 꾸린 새시대준비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전격 영입했다. 대표적인 페미니스트·청년 정치인으로 불리며 녹색당 후보로 총선과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신 전 대표가 갑자기 보수당에 참여한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2030세대 여성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활동으로 이해되지만, 너무나 뜻밖이다. 파격적 영입인 만큼 당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보수당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 영입이라며 2030 남성의 지지를 받아온 당내 일부 세력이 반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청년을 대표하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됐다 과거 부적절한 극우 발언이 드러나 물러난 노재승씨처럼 마구잡이식 영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신 부위원장의 영입은 여러모로 그동안 당과 윤 후보가 보여온 정책이나 태도에 부합하지 않는다. 당장 하태경 의원은 “젠더 갈등을 가볍게 보는 선대위의 시선이 우려스럽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보수정당의 색깔이나 젠더 이슈에 대한 기본 입장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그동안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 “(사전검열 소지가 다분한) n번방 방지법을 개정하겠다” “페미니즘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 저출생 문제가 발생했다”는 등 반페미니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청년정책을 발표하면서 성폭력특별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한 바도 있다. 신 부위원장 한 명 영입한다고 해서 윤 후보의 여성·청년 정책이 180도 달라졌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대선에서 청년·여성 대표를 영입해 표를 얻겠다는 게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신 부위원장 영입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당의 기본적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할 때에는 제지해 교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영입 인사의 발언을 제지·교정하겠다면 뭐하러 영입했다는 것인가. 외부 인사를 영입하려면 그 사람의 상징적 메시지를 당의 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영입에 걸맞은 당의 변화도 약속하고 실제로 보여줘야 한다. 아무런 변화 없이, 기존의 공약·발언과 배치되는 인사의 영입은 사탕발림으로 표를 얻겠다는 것이다. 2030 여성의 표를 얻고 싶다면 국민의힘은 기존의 여가부 폐지, n번방 방지법 개정, 성폭력 무고죄 신설 등의 입장에 대해 우선 변화의 모습부터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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