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의 도 넘는 막말, 민주국가 대선 후보가 할 말 아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참배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0일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참배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말이 하루가 멀게 험해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 후보를 향해 “곱게 물러가라” “같잖다” 식의 모욕적 언사를 쏟아내고, 합당한 논거도 없이 색깔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선거판의 증오와 편가름을 조장하는 퇴행이 도를 넘었다. 민주 국가의 새로운 리더가 되겠다는 대선 후보에 어울리는 언행인지 심각히 묻게 된다.

윤 후보는 29일 경북선대위와 30일 대구선대위 출범식에서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확정적 중범죄”라고 단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중범죄로 얻은 돈을 갖고 대통령 만드는 데 안 쓰겠느냐”고 공격하는가 하면 “이런 사람하고 토론해야겠느냐. 어이없고 너무 같잖다”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윤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 조회’ 논란을 두고는 “대선도 필요 없고 이제 곱게 정권 내놓고 물러가라”고 몰아세우고, 자신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검찰의 통신 조회가 282만건이 넘었다고 보도한 한겨레신문에 “민주당 기관지”라는 딱지를 붙였다. 정부·여당을 향해선 “주사(주체사상) 이론 이런 걸 배워서 민주화 투사인 것처럼 끼리끼리 살며 국민을 약탈한 집단”으로 규정하며 “사회주의로 끌고가려는 것인지”라고 색깔론을 제기했다. 명예를 짓밟는 가시 돋친 단어들을 쏟아내면서도 주장에 부합하는 근거를 제시한 것은 없다. 민주주의와 선거·언론을 바라보는 기본적 소양을 의심케 하는 개탄스러운 행동이다.

윤 후보의 대여 공세가 거칠어진 데는 지지율 급락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한다. 최근 발표된 상당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달째 앞서가던 윤 후보 지지율은 이 후보에게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난다. 본인의 실언, 배우자의 허위 경력, 선대위 내홍이 맞물린 결과다. 정권교체 여론도 약화되고 보수진영 내 후보 교체 목소리까지 돌출하는 비상 국면에 맞닥뜨린 것이다. 당에서는 의원 66명이 전형·학과 명칭도 틀린 채 이 후보 아들의 입시 의혹을 제기했다가 8시간 만에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에서 쏟아진 윤 후보의 거친 언사, 대학에 한 번 물어보면 알 만한 사실관계조차 틀린 당의 네거티브는 모두 조급함의 발로일 수 있다.

대선 후보의 막말과 편가르기식 이념 공세는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혐오의 불씨만 키우게 된다. 상대 후보에 대한 도의도 아니고, 그 지지자를 무시하는 일이다. 선거의 품격은 후보들이 앞장서 지키고 높여야 한다. 윤 후보는 선거판을 혼탁하게 하는 막말을 멈추고, 수권능력으로 평가받는 선거의 정도를 걷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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