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 조직 신뢰 다시 세우려면 사퇴해야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7일 선관위원 전체회의에서 “선관위가 처한 현 상황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앞으로 더 선거관리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사전투표 부실 관리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안팎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선관위 직원들에게 사전에 준비한 입장문을 보낸 것을 보면 결심을 단단히 굳힌 것 같다.

물론 이번 대선 투·개표 부실 관리에 가장 크게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선거 사무를 실질적으로 맡은 선관위 사무처와 수뇌부다. 대법관으로 일하면서 비상임 중앙선관위원장을 겸하는 노 위원장의 상황도 감안할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위원장의 처신은 이해할 수 없다. 확진자 사전투표 날인 지난 5일 노 위원장은 토요일이라며 출근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폭증하는 상황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최고 책임자가 자리를 비운 것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되지 않는다. 현재 중앙선관위원 9명 가운데 2명이 공석인데, 여기에 노 위원장까지 빠지면 안 된다는 논리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지금 위기는 이런 평상시 수준의 해법으로 타개하기 어렵다. 전국 13개 시·도선관위 상임위원들과 중앙선관위 소속 2개 위원회 상임위원들이 전날 노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것이 이를 반영한다. 김세환 사무총장의 사퇴만으로는 사태를 수습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내부에 팽배하다.

70여일 후인 오는 6월1일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선거관리를 위한 조건은 대선 때보다 악화됐다. 코로나19는 더욱 세력을 키웠고, 선관위 직원들은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선관위를 도와 선거 투·개표를 관리할 지방 공무원들은 지원을 꺼리고 있다. 지방선거는 전국단위 선거로, 광역·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기초의원, 교육감을 동시에 뽑는다. 대선보다 더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현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선관위가 면모를 일신하는 일이다. 선관위가 편향적으로 선거를 관리했다는 야당의 주장이 과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노 위원장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한 선관위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와 저하된 사기로는 지방선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은 선관위가 자초했다. 선관위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고 책임자인 노 위원장이 물러나는 게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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