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가 제동 건 용산 집무실 이전, 국가적 조율 필요하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 중인 청와대 집무실 이전 등과 관련해 정부 입장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 중인 청와대 집무실 이전 등과 관련해 정부 입장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해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임기 마지막 날(5월9일) 밤 12시까지 국가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책무”라며 국방부·합참과 관련 기관은 흔들림 없이 임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에서 윤 당선인의 ‘1호 결정’인 집무실 이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로써 국방부의 합참 이전 작업은 보류되고, 윤 당선인이 요구한 청와대 이전 예비비 496억원의 국무회의 상정도 미뤄지게 됐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정국도 급랭할 것으로 보인다.

NSC가 꺼낸 이유는 안보 문제였다.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비행금지구역과 대공방어 체계를 다시 조정해야 하며, 국방부·합참·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갑작스러운 이전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NSC는 “국방부·합참·청와대 모두 더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게 순리”라며 윤 당선인 측과 필요한 협의를 거쳐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고 했다. 용산 이전을 안보 문제로 규정하고, 공을 넘긴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NSC 결정에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곤 5월10일부터 청와대는 개방하고 윤 당선인은 통의동 인수위 집무실에서 근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구 권력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게 됐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졌다. 윤 당선인이 당선 열흘 만에 내놓은 용산 이전의 혼선과 갈등이 현실화한 것이다. NSC가 문제 삼은 안보 공백 우려는 합참의장을 지낸 전직 군 수뇌부 11명도 전날 제기했다. ‘속전속결식 용산 이전’을 반대한 공동성명에는 군령 1·2·3호인 대통령·국방장관·합참의장이 한 구역에서 근무하고, 한·미 핫라인과 C4I(지휘통신통제)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문제 등이 적시됐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합참의 수방사 이전 시 12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며 뒤늦게 군 이전비 추계도 내놓기 시작했다. 한강에 드론길을 만들려던 계획도 다시 살펴야 한다. 녹색연합은 숲 조감도가 공개된 집무실 앞 용산공원에 대해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상 반환 시점부터 오염 정화와 공원 조성까지 7년 이상 소요된다”며 기름 유출 사고가 많았던 미군기지의 졸속 전환·공원화 우려를 제기했다. 국회는 용산 이전의 제반 문제를 조속히 검증해 국민적 의구심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정권 이양기에 국론까지 분열된 난제가 돌출했다. 1차적 책임은 숙의·소통이 부족한 채 50일 만에 청와대를 옮기려 한 윤 당선인에게 있다. 인수위 시기에 50% 아래로 떨어진 윤 당선인의 국정 기대 여론조사도 그 영향일 수 있다. 원활한 국정 인수인계를 위해서는 손바닥을 마주쳐야 한다. 청와대 이전 갈등이 안보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대화로 해법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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