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별 갈라치던 이준석, 이젠 장애인을 혐오 타깃 삼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에서 벌여온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비판하며 “시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전장연이 불법시위하는 현장으로 가서 제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5일에는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를 향해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십 년간 이어온 장애인의 권리 찾기 투쟁을 ‘불법’과 ‘부조리’로 깎아내리는 공당 대표의 저열한 인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소수자 정치의 가장 큰 위험성은 성역을 만들고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틀어막는다는 데 있다”며 “언더도그마 담론으로 묻어버리는 게 편하다는 걸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언더도그마’란, 약자는 무조건 선하고 강자는 무조건 악하다고 인식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 이런 담론을 들이대는 일은 타당하지 않다. 구조적 차별은 외면한 채, 전장연과 장애인을 ‘지하철 출입문에 휠체어를 끼워넣어 발차를 막는’ 단체·인물로 ‘프레이밍’하려는 행태여서다. 오죽하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이 대표 발언에 대해 사과했겠는가.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은 28일 전장연 시위에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이 대표 발언이 더욱 우려되는 것은 그의 전력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내세우며 성별 갈라치기에 나섰다. 여성 유권자는 그가 주도한 ‘여성 배제’ 캠페인을 표로 심판했다. 출구조사 결과 6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 여성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당선인은 승리했으되 이 대표는 패배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공격하기 시작한 걸 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른 ‘혐오 타깃’을 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이 대표는 이미 “지하철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왜 여러분의 투쟁 대상이 돼야 하나”라는 글로 비장애인·장애인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시민을 ‘볼모’로 단정하기도 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시설·설비를 이용·접근할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수십 년간 다양한 방식으로 이동권을 찾고자 투쟁해왔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하철 시위에 돌입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전후 맥락을 모두 제거한 채, 시민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에게 공동체를 분열로 몰아넣는 ‘혐오 선동’을 중단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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