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식화한 행안부 경찰국 설치 구상, ‘경찰 독립’ 퇴행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김창룡 경찰청장(뒤)과 면담을 하기 위해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김창룡 경찰청장(뒤)과 면담을 하기 위해 청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장관 직속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하는 방안을 최근 확정하고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행안부 내 비직제 조직인 치안정책관실을 공식 조직으로 격상시켜 경찰 주요 사안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긴다는 것이다. 이상민 장관의 지시로 자문위가 구성된 만큼, 경찰국 신설 계획은 공식화된 셈이다. 구체적인 부서 명칭과 역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과거 경찰을 통제했던 내무부 경찰국과 같은 조직이 부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큰 방안이어서 우려된다.

경찰국을 행안부에 둔다는 논리의 핵심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커진 경찰의 권한을 제도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경찰의 권한남용을 견제하고 방지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수사지휘·예산·인사 등을 통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위험하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정부가 하던 일로, 그 폐해는 시민들이 다 겪은 바이다. 이 장관은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들을 개별 면담하고, 경찰청장 면접도 필요하면 보겠다고 했다. 인사권을 빌미로 경찰을 손아귀에 쥐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과거 경찰이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로 있을 때 정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폐해가 컸다. 1991년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했는데,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 등 예전 권위주의 정권 시절 경찰권을 남용한 것을 반성하고 경찰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였다. 그런데 정부가 다시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한다면 그동안 30년 넘게 어렵사리 키워오던 경찰의 독립성을 후퇴시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최근 “경찰이 독립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뭔가. 경찰이 왜 독립을 해야 되나”라고 발언했다. 경찰을 장악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은 태도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제대로 시민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엄정하게 공권력을 행사하도록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는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접어야 한다. 기존의 경찰행정 최고 심의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부터 논의하는 게 옳다. 어떤 경우에도 경찰이 정치권력에 종속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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