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독립·정치적 중립성 해치는 행안부 권고안 철회돼야

행정안전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가 경찰 통제조직을 신설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21일 발표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지시로 지난달 자문위가 구성된 후 논란의 초점이 돼온 ‘경찰국’ 부활이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권고안이 현실화할 경우,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에 경찰이 행안부의 직접 통제를 받게 된다. 경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수사기관을 사실상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시대착오적 처사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문위는 ‘경찰 지원조직’ 신설과 함께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 경찰 고위직 인사를 위한 후보추천위원회 또는 제청자문위원회 설치, 경찰 고위직에 대한 행안부 장관 징계요구권 부여 등을 권고했다. 검찰국을 통해 검찰을 통제하고, 검찰총장후보추천위가 검찰총장 후보를 추천하며, 검사징계위원회를 통해 검사를 문책하는 법무부의 검찰 지휘·감독 시스템을 차용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행안부가 경찰의 조직·인사·감찰·징계까지 전방위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이상민 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후배로 최측근이다. 이 장관은 최근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들을 개별 면담하는가 하면, 필요시 차기 경찰청장 면접까지 보겠다며 ‘경찰 장악 시도’를 사실상 노골화해온 터다. 자문위는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권한이 확대된 만큼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적 통제란 시민 참여의 확대, 국회의 견제 기능 강화 등을 의미한다. 권고안이 지향하는 바는 경찰을 정권에 예속시키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문위 권고안은 위헌·위법 소지도 다분하다.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 업무 범위에 ‘치안’이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여소야대 국회를 피해 시행령 개정만으로 권고안을 실행할 경우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권은희 의원조차 “행안부 장관의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언급했을 정도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은 수사기관으로서 경찰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경찰위원회의 임기 및 신분 보장, 심의·의결 사항 등을 명시하고 있다. 경찰권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서라면 국가경찰위원회 권한을 실질화하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 또 경찰청 인권위원회·경찰수사심의위원회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자문위는 권고안을 철회하고, 행안부는 경찰 장악 시도를 멈춰야 한다. 시민은 31년 전 ‘내무부 치안본부’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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