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락치 활동’ 증언 줄잇는 김순호 경찰국장 자격 없다

김순호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치안감)이 1983년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된 후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 모교인 성균관대 서클 동향을 보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보안사가 주도한 ‘녹화공작’ 활동을 전역 후까지 이어갔고, 이 내역과 그의 이름·대학·소속부대가 명기된 ‘존안자료’(국정원 대외비 인사파일)가 국가기록원에 있다고 한다. 김 국장은 1988년부터 노동운동단체 ‘인천부천노동자회’(인노회) 부천지역 책임자로 활동하다 1989년 4월 돌연 잠적했고, 경찰의 인노회 수사가 이어진 뒤 그해 8월 경장 직급으로 특별채용됐다. 그 후 경사·경위로 5년 만에 승진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첫 경찰국장 임명 후 과거 학생·노동운동을 밀고한 ‘프락치’ 시비가 제기된 것이다.

김 국장은 이 정황을 보도한 경향신문 등에 “인노회 활동을 자백하러 갔을 뿐”이라며 프락치 얘기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고 바로잡는 구체적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인노회 피해자들은 지역 책임자인 그만 알 수 있던 조직표·활동가 본명이 경찰 손에 쥐어지고, 유독 김 국장 얘긴 경찰이 묻지 않던 수사 상황 등을 전했다. 당시 인노회 활동가 15명을 구속수사한 치안본부 대공3과 홍모 전 경감은 TV조선에 “그 사건 때 (김 국장에게) 많이 도움받았고, ‘내가 책임지겠다’ 하고 특채를 시켰다”고 증언했다. 홍 전 경감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후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거짓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담당자였다. 이처럼 생생한 대공분실 시절 증언까지도 김 국장만 ‘기억 안 난다’고 뭉개고 있다.

1991년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독립한 것은 정권보위 전위대로 고문까지 일삼던 흑역사를 끊겠다는 민주화 장정이었다. 인노회도 훗날 이적단체가 아니라고 대법원이 바로잡았다. 그 대공분실 공작에 관여한 이가 31년 만에 역사를 되돌린 경찰통제조직의 첫 수장이 된 것이다. 김 국장은 경향신문 보도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적반하장이다. 그의 임명은 윤석열 정부 국정기조인 공정과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경찰행정을 이끌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10일 수사 중립 의지를 문제삼아 야당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윤희근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했다. 청문보고서 없이 11번째 고위공직자 임명을 밀어붙인 데 유감을 표한다. 윤 청장은 청문회에서 “(김 국장 얘기는) 행안부와 추후 협의하겠다”고 했다. 그 말의 끝을 맺어야 한다. 김 국장은 경찰 독립·민주화 역사에 부합하지 않는다. 물러나지 않으면, 14만 경찰의 명예를 걸고 경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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