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섰던 ‘용산 영빈관’ 신축 계획이 하루 만에 취소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옛 청와대 영빈관 성격의 부속시설 건립 계획을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878억원가량을 들여 새로운 내외빈 영접 공간을 짓겠다는 대통령실 계획이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전격적으로 거둬들인 것이다. 윤 대통령이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접은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누구에 의해, 어떤 경위로 추진됐는지는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린 이후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취지를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며 “즉시 (영빈관 신축 관련) 예산안을 거둬들여 국민께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영빈관 신축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유재산관리기금 2023년 예산안 자료’에 878억6300만원의 사업비가 편성된 사실이 드러나며 15일 공개됐다. 대통령실은 “국익을 높이고 국격에 걸맞게 내외빈을 영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청와대를 개방하더라도 영빈관은 국빈 만찬 같은 행사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바 있어 말 바꾸기 논란이 일었다.
전방위 경제위기 속 영빈관 신축 논의는 국민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당초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496억원이라고 밝혔으나, 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청 예산 306억원가량이 전용된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영빈관 신축 예산까지 포함하면 총 이전 비용 규모는 168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용 축소 추계’ 지적에 대해 “영빈관(건립 예산)은 대통령실 확장·이전을 위해 쓰는 비용은 아니기에 직접적 이전 비용이 아니다”라는 궤변으로 논란을 키웠다.
최근 정부는 서민·복지예산을 삭감하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기업인들을 상대로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국민들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라” 해놓고, 자신들은 호화판 영빈관을 짓겠다고 했으니 누가 납득하겠는가. 여기에다 대선 과정에서 “(영빈관을) 옮길 거야”라고 한 김건희 여사의 녹취록까지 다시 주목받기에 이르렀다. 대통령실은 16일 오후까지만 해도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시간을 끌수록 여론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말은 군색하다. 영빈관 신축 추진 과정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공식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