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감 표명도 없이 공감 못할 해명으로 논란 키운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순방 기간 발생한 ‘비속어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순방 기간 발생한 ‘비속어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비속어 논란’을 두고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유엔총회 방문기간 중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한·미 동맹에도 부정적인 만큼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발언 내용이 판독이 불분명한 것을 토대로 언론의 왜곡보도를 주장하는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정상외교라는 중요한 무대에서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 또는 유감표명은 하지 않고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대단히 유감스럽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여권의 대응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XX들’이나 ‘바이든’이라고 말했다는 MBC의 첫 보도가 오보라면, 나아가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그런 중차대한 문제라면 대통령실이 즉각 반박하고 정정보도를 요구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김은혜 홍보수석은 첫 보도 후 13시간이 지나서야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했고, ‘이 XX들’의 대상은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야당이라고 했다. ‘이 XX’라는 말은 있었다고 인정했다. 윤 대통령도 귀국길 내내 침묵하다 이날 처음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해명으로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이 XX들이 야당을 겨냥한 답변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수석이 전에 해명한 내용도 뒤집은 것이다. 새로 해명을 내놓을 때마다 앞선 설명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상외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많이 퇴조했다”며 전 정부 탓을 했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악화된 출발점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등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기업들을 위해서도 양국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는데, 외교는 기업들만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바쁜 일정 때문에 정상회담은 처음부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그렇게 발표하지 않았던 것인가. 외교 실패를 자인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모순적 행동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MBC가 조작방송을 했다며 법적 조치를 공언했다. 이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될 수 있으며, 그런 일이 진행된다면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진솔하지 못한 해명은 또 다른 무리수를 낳을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으로 물의가 빚어진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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