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 공청회 난장판 만든 보수단체, 부끄럽지 않나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의 방해로 2022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가 난장판이 됐다. 지난 7일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보건과 교육과정 시안 검토 공청회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은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한다’는 내용이 동성애를 옹호하고 있다며 발표자를 모욕했다. 일부 참가자는 사회자에게 “개XX”라는 욕설을 퍼붓고, 행사 진행자의 머리채를 잡아끌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은 “동성애 성전환자 옹호하는 2022 교육과정 폐기하라” “중1 여학생에게 응급피임약 가르치는 미친 보건교과서를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공청회는 파행 끝에 막을 내렸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지난달 28일 도덕과 교육과정 공청회에서도 성평등을 담아야 한다는 발표자의 발언 등을 문제 삼아 욕설을 하고 연단을 점거했다. 지난달 30일 역사 교과 공청회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건국’ 표현을 포함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고성을 질렀다. 지난 8일 열린 총론 공청회에서는 장상윤 교육차관과 특성화고 관계자 발언에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일 뿐 아니라 아이들 보기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교육과정 개편은 미래세대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가르칠지 정하는 작업이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물론이고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학문 간 경쟁도 치열하다. 국문과 교수들은 국어가, 수학 교수들은 수학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교육과정은 1945년 이후 11번째 개편이다. 헌법 전문에 비유되는 교육과정 총론에는 인권과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필요한 가치관은 물론이고 공동체의 비전과 발전 전략, 변화한 시대상이 반영돼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중립을 지켜야 한다. 현 정권에서 수립해도 실행은 상당 부분 차기 정권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은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정할 수밖에 없다. 토론과 소통을 통해 최대공약수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따라서 자신의 주장만 옳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반교육적이고 반민주적이다. 당국은 공청회를 파행시킨 보수단체 회원들을 일벌백계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의견수렴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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