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사파와 협치 불가하다며 색깔론 키우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주사파와 협치는 불가능하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두고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해당 발언에 반발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하면서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진솔하게 해명해도 모자랄 판에 시대에 뒤처진 색깔론으로 야당을 비판하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대응에 절망감을 느낀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자신은 야당과 협치를 하고 싶은데 종북세력이 있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먼저 꺼낸 말이 아니라, ‘종북세력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주문성 질문이 들어왔길래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라는 원칙론을 강조했다고 했다.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속으로는 야당을 색깔론으로 몰아가는 보수당의 교묘한 공격법 그대로이다. 지금 이 시대에 누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종북을 한다는 것인가. 윤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특정인을 겨냥하지 않았으니 괜찮지 않으냐고 하지만, 야당을 지칭하고 있음은 불문가지다. 만약 진정으로 야당에 종북주사파가 있다고 믿는다면, 차라리 그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척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옳다. 협치할 의사도 없으면서 괜히 협치를 끌어들인 것은 비겁하기 이를 데 없다.

문제는 이런 색깔론몰이가 점점 도를 더해간다는 점이다. 최근 극우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감싸는 모습이 딱 그렇다. 윤 대통령이 “노동현장을 가장 잘 아는 분”이라고 하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김 위원장 주장을 “양심에 따른 소신발언”이라고 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발언에 장단을 맞추면서 지난한 사회적 대타협은 어떻게 이끌어내겠다는 것인가. 참으로 무책임한 집권세력이다.

색깔론과 종북몰이가 일부 골수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 해도 구시대의 유물이다. 여권이 지금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할 일은 색깔론에 기대는 게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야당과의 협치,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산적한 현안 속에 국가적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야당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여당은 결국 국정 수행으로 평가받는다. 야당을 자극하면서 협치의 길을 버리는 여당의 행태는 결국 자승자박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과 여권은 색깔론 공세를 집어치우고 진지하게 국정에 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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