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촉법소년 13세 하향, 엄벌 만능주의 아닌가

법무부가 26일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원 송치나 보호 관찰 등 보호 처분을 받는 촉법소년의 기준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형법·소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형사처벌 대상을 만 13세(중1)까지 낮춘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흉포화된 소년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그러나 처벌 대상을 확대하고 엄벌에 처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청소년 범죄 예방에 실효성이 있을지, 청소년 인권 보호에 문제가 없을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범행 수법이 흉포해지며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는 점을 연령 하향의 근거로 들고 있다. 현행 만 14세 미만 기준이 1953년부터 70년째 이어진 것이라 현실 여건에 맞출 필요도 있다고 했다. 최근 청소년 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처벌을 강화하면 범죄가 줄 것이라는 주장에도 반론이 많다. 지난달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또다시 반대 의견을 냈다. 연령 하향이 ‘만 14세 미만’인 국제인권 기준에 반하고, 소년 범죄 예방·재범 방지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했다. 촉법소년의 살인 등 강력 범죄가 매해 400~450건으로 유지되고 있어, 소년 범죄가 흉포화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오히려 소년범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피해자 인권 보호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엄벌주의는 자칫하면 소년 재범을 양산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법무부는 처벌 강화에 앞서 청소년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과 사회적 책임을 엄밀히 분석했어야 옳다. 청소년기의 특성을 파악해 실질적인 소년 범죄 예방책을 마련하고 처벌보다 교화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가해 소년범을 교육하고 치유해 회복과 사회 복귀를 이끄는 데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엄벌만으로 범죄를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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