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자 권리 줄이면서 노조 돈 씀씀이까지 들여다보겠다니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노조 재정 운용의 투명성 등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을 정부도 과단성 있게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파업을 억누르고, 주 52시간제 무력화에 나서더니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옥죄려 하고 있다. 겉으론 노조의 권리를 인정한다면서 실제로는정반대로 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발상은 불법성이 짙다. 현행법에는 노조대표가 회계감사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공개하도록 할 뿐, 정부가 노조의 회계를 감사할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거론한 데는 배경과 의도가 있다. 우선 그 대상 조직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무모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등 친노조 정책으로 강성귀족노조의 덩치와 목소리만 키웠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 노동개혁안에 반발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이 타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두 번째는 그 재정의 항목이다. 민주노총은 노조원들로부터 받는 회비 등 예산 내역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내부 감사 결과를 대의원 회의에서 확인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국고지원금도 받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바로 이 대목을 약한 고리로 보고 집중적으로 파헤치려는 것이다. 정부의 국고보조금은 2001년 그 돈을 받기로 결정한 때부터 민주노총 내부에서 경계와 우려가 적지 않았다. 지원되는 재정에는 당국의 관리와 감독이 없을 수 없고, 이로 인해 노동운동의 자주성이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이를 이용해 눈엣가시와 같은 단체들만 골라 감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감사원은 지난 8월 시민단체의 보조금 유용 여부를 감사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노조가 돈을 투명하게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고 지원을 받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 해도 정부가 지원금의 쓰임새를 살피려 한다면, 합법적 절차에 의해야 한다. 부정이 추정되는 경우를 넘어 재정 운영까지 간섭하면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기본협약에 위배된다. 일각에선 노조에 대한 회계 감시를 법제화하자는 주장까지 내고 있다. 민주노총도 이번 기회에 외부 회계감사 도입 등 투명성 제고 방법을 마련해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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