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관저 100m 내 집회 금지’ 헌법불합치 환영한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나 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2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가 설정한 ‘100m 집회 금지 구역’ 중 ‘대통령 관저’ 부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조항은 대통령 관저 인근 일대를 광범위하게 집회 금지 장소로 설정하고 있다”며 “막연히 폭력·불법적이거나 돌발적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가정만을 근거로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가 2024년 5월 말까지 대체 입법을 하도록 시간을 주기 위해 헌법불합치라는 형식을 취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확장한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결정으로 집회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재판관 9명 모두가 같은 판단을 내릴 정도로 한 치의 이견도 없었다.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집회는 권력기관의 위법·부당한 행위를 규탄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핵심 수단이다. 특히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와 고충을 들어야 하는 자리다. 따라서 집회 및 시위의 금지 장소로 대통령 관저나 업무 공간을 지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법과 상식에 맞다. 헌재도 집회가 규탄의 대상 또는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기관 앞에서 이루어져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국민이 집회를 통해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명하고자 할 때 대통령 관저 인근은 그 의견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장소”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법원도 경찰의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 금지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집회의 장소가 집회의 성패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주최자가 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집회의 자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100m 이내 옥외집회·시위를 금지한 국가기관 대상에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자택을 포함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으로 개정 작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국회는 위헌적 집시법 개악을 즉각 중단하고, 헌재 결정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집시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경찰도 이번 결정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대통령 관저 주변 등의 집회를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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