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장연 손배소·시민단체 보조금 조사, 길들이기 아닌가

윤석열 정부의 약자 무시·시민단체 옥죄기가 계속되고 있다. 10일 나온 두 가지 소식은 이를 재차 확인한다. 장애인권리 예산 확대를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상대로 서울교통공사가 6억원짜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또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보조금에 부정이나 위법성이 없는지 내달까지 조사하기로 행정안전부가 17개 시·도 기조실장회의를 열어 결정했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시민단체를 옥죄고, 정치성향에 따라 갈라쳐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전장연에 대한 손배소에는 현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관용 대응 원칙이 어른거린다. 지난달 법원이 ‘교통공사는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 운행이 5분 넘게 지연될 경우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중재했지만 오 시장은 이를 거부했다. 지난주에는 경찰로 하여금 전장연 회원의 지하철 탑승을 막게 했다. 지하철이 정시에 운행되는 것이 우선이라며, 시민의 기본권인 이동권이나 집회의 자유를 경시했다. 장애인들의 호소와 권리 주장을 생떼 쓰기로 치부하는 맹목적 공리주의의 발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의 확충은 초고령사회의 대비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그런데 오 시장은 약자의 요구에 해법 모색은커녕 거액의 손배소로 입막음을 시도했다. 대단히 유감스럽다.

정부는 지난달 비영리 민간단체의 보조금 투명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했다며 ‘정의기억연대 등의 보조금·기부금 부적절 사용 논란’이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6~2022년 민간단체에 지급한 정부보조금 31조여원의 용처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국고 및 지방 보조금 회계가 투명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지난달 정부가 꼽은 대표적 문제사례에 ‘반정부 집회 주도’ ‘반4대강 시민단체 지원’ 등이 포함된 점은 정부의 잣대가 다분히 정치적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치성향에 따라 보조금 지원 여부가 결정될 경우 이명박 정부 때처럼 대통령 입맛에 맞는 시민단체만 몸집을 키울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석열 정부는 시민단체를 ‘이권 카르텔’로 낙인찍었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활동을 활성화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이들은 사회의 다원적 목소리를 반영하며 정부의 기능을 보완해왔다. 정부는 돈을 지렛대 삼아 약자와 시민사회를 위축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특히 정권 반대 성향의 시민단체를 옥죄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배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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