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발 사격 소동’이 드러낸 일촉즉발 한반도 정세

한국군 전방부대가 훈련 도중 발생한 기관총 오발 사격과 관련해, 북측에 ‘고의가 아니었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군사적 충돌로 번지지 않아 다행이지만 ‘일촉즉발’의 정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소하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육군 2군단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전날 오후 6시27분쯤 강원 중동부 전선의 한 부대 감시초소(GP)에서 공용화기 비사격 훈련 도중 실탄 4발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비사격 훈련은 유사시 부대원들이 신속하게 정위치에 가서 전투 준비를 하도록 하는 훈련이다. 군은 착오로 쏜 실탄들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떨어졌음에도 고의 사격이 아니라는 점을 수차례 방송을 통해 북측에 알렸다고 한다. 혹여 북한이 공격받은 것으로 오해해 대응 사격을 할까봐 우려했기 때문이다. 29일 오후까지 북한의 대응 사격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일은 지난 몇 달간 고조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가 비정상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최근 북한 무인기 침범 사건과 관련해 내린 결정도 무겁게 새겨야 한다. 유엔사는 지난달 26일 발생한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해 특별조사를 진행한 결과, 남북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난 26일 발표했다. 북한 무인기의 남측 영공 침범은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남측이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무인기를 침투시킨 대응 조치 역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본 것이다. 유엔사는 ‘자위권 행사’라는 남측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북한의 전술핵 운용 시험과 한·미 전략자산 동원 맞대응 훈련, 북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 이후 한반도 긴장은 계속 고조돼왔다. 올봄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앞둔 상황에서 일선 부대의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5년 만에 재개될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인 쌍룡훈련 등에 대응해, 북한이 남측을 겨냥한 도발적 행동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지도자의 이성적 사고가 절실하다. 정권 일각에서 불지피는 9·19 남북군사합의 무용론이 더 이상 확산돼선 안 된다. 군사합의 효력은 정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전협정을 무효화할 수는 없다. 진정으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흡수통일론’을 부추기거나 ‘원점 타격’을 외치기보다 한반도 긴장 수준을 낮추기 위한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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