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경부, 국책기관 검토 의견 묵살 넘어 은폐·왜곡하다니

지난 6일 국토교통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 동의 결정을 내린 환경부가 전문기관들의 검토 의견을 무시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 등이 국토부 대책으로는 환경 영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전문기관들이 입지 선정에 문제가 없다는 검토 의견을 보냈다”는 환경부 설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환경부가 그동안 전문기관 검토 의견을 국회에도 공개하지 않은 것이 부정적 의견을 감추려는 처사가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해수부는 공항 건설로 지반 침하, 해양수질 오염, 해양 생태계 파괴 등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입지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제2공항 계획부지의 항공기 조류 충돌 위험이 기존 제주공항보다 2.7~8.3배 높다면서 철새 도래지 주변의 법정보호종 보존과 항공기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과 국립환경과학원도 생태계와 지질 훼손을 우려하며 사업계획을 조정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부정적 의견 일색이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이를 무시한 채 입지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아니라 하고, 전문기관들도 입지 타당성을 인정했다고까지 주장했다. 의견 무시를 넘어 왜곡에 가깝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대규모 개발 사업 전 사업계획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을 검토하는 절차다. 전문기관들이 다각도로 검토한 의견이 중요한 근거가 된다. 정부가 이를 무시하거나 입맛대로 취사선택해 결론을 내린다면 전문기관 의견 검토는 요식절차에 그칠 수밖에 없다. 미리 정해놓은 답에 맞춰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 위해 검토 의견을 외면한다면 환경부는 거수기로 전락할 뿐이다.

환경부는 지난달에도 전문기관들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한 데 이어 이번에도 같은 행태를 보였다. 그러나 환경부의 사명은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로부터 환경을 지키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한화진 장관은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박수받을 수 있는 환경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전문기관 검토 의견을 소상히 공개하고 설명해야 옳다. 반대 의견을 숨긴 채 상부 뜻대로 결정을 내리는 건 정부 부처가 할 일이 아니다.


Today`s HOT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해리슨 튤립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