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년 만의 한·일 셔틀외교 복원, 과거 직시 없이 미래 없다

대통령실이 이번주 일본을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체적 일정을 14일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오전 일본 도쿄를 방문해 동포간담회 참석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만찬을 한다. 이튿날 일본 정·재계 인사들을 면담하고 게이오대 강연으로 1박2일 일정을 마무리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양 정상은 강제동원 판결 문제 해법 이행을 포함한 전반적 관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악순환 고리를 끊고 양국 간 본격 교류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규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도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의 방일은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을 찾은 뒤 12년 만에 이뤄지는 양자회담 차원의 정상 방문이다. 대통령실 설명대로 변화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한·일관계를 개선해 다방면의 양국 간 교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배치되는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발표한 뒤 급하게 확정한 한·일 정상회담 소식을 듣는 심정은 편치 않다.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국내 재단에 의한 피해자 배상안을 발표했지만 일본은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전범기업 배상기금 참여를 약속하지도 않았고, 식민지 시기 불법행위에 대한 사과와 반성도 없었다. 오히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조선인) 강제노동은 없었다”고 했다. 일본의 호응은커녕 과거사 부정이 돌아왔지만 윤 대통령은 “대승적 결단” “미래 지향적 관계” 운운하며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윤 대통령이 일본에 가서 할 말을 제대로 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한·일 정상 만남은 다수 국민의 지지 속에 도출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와 대비된다.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3명이 최근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거부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야당은 물론 약 60%의 국민들이 이번 해법에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내 지지를 받지 못하는 외교로는 멀리 갈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도쿄 유명 식당에서 기시다 총리와 술잔을 기울일 생각에 앞서 국내에 남은 피해자들의 심정을 먼저 헤아리기 바란다. 무엇보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핵심은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지향한다’는 데 있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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