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 또 동결한 금융당국, 복합 경제위기 돌파구 찾아야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묶었다. 지난 2월에 이은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까지 떨어졌으므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올리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 1.6%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새 경제가 더 나빠졌다는 의미다.

금리 동결에 대한 시장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지만 1.50%포인트에 이르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불안 요인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1.75%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북한 도발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거지면 13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더욱 높아지고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이 늘어나야 하지만 수출액은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달 초순에도 이 흐름은 지속돼 올해 누적된 무역적자 규모가 이미 25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30여년간 줄곧 흑자를 낸 대중 무역도 지난 1~2월 적자가 50억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물가도 안심할 수 없다.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전체 상품과 서비스 품목 458개 중 395개(86.2%)가 1년 전보다 가격이 올랐다. 배달료를 포함하면 치킨 한 마리 값도 3만원에 이른다. 전기·가스 등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 중이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결의로 국제 유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올해 1~2월 국세가 지난해보다 15조7000억원 덜 걷히자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유류세 인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원씩 오른다.

수출과 내수 모두 빙하기가 길어지며 경제성장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는 매달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환율 급등 우려로 금융시장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금융기관에서 더 이상의 대출이 불가능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은 자영업자가 173만명에 이를 정도로 민생도 엉망이다. 복합위기에서 빠져나올 돌파구가 필요하다. 정부는 긴축 재정과 감세 중심의 경제정책 방향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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