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배 폭탄’ 막고 ‘하청 교섭권’ 강화할 노란봉투법 입법해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의결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후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이 주도해 이뤄졌다. 지난 2월21일 환노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법안이 두 달 넘게 처리되지 않자 국회법에 따라 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한 것이다. 여당은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대통령에게 부담이 가지 않겠냐”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야 대치가 가팔라 입법은 난항이 불가피해졌다.

이 법안은 사측이 노조에 안겨온 ‘손배·가압류 폭탄’을 제한하고, 손배 인정 시에도 배상의무자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게 했다. 사측 부당노동행위로 촉발된 합법적 파업에서마저 남용된 손배소에 첫 제동장치를 건 것이다. 법안은 또 원청으로부터 근로조건을 통제받으면서도 법적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하청노조나 화물노동자, 일용직으로 분류된 건설노동자, 플랫폼 노조 등도 교섭권을 갖게 했다.

노란봉투법 논의는 2013년 쌍용차노조가 회사·경찰에 47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 후 시민 4만7547명이 노란봉투에 돈을 담아 지원한 것을 계기로 촉발됐다. 19·20대 국회에서 재계 반발로 폐기됐다가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에게 470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하자 재점화됐다.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서는 2009년에서 2022년 8월 사이 151건(2752억원)의 손배 소송이 제기됐고, 30건(246억원)의 가압류가 신청됐다. 노동계의 오랜 염원이 첫 입법 절차를 밟고 있는 셈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노사 관계와 경제 전반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경제6단체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불법쟁의가 늘어 재산권·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최근 하청·특고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추세이다. 노란봉투법은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기본협약에도 부합한다. 원청과의 교섭 요구부터 불법화하고 손배소 폭탄을 용인한 법·제도를 바꿀 때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는 거부권 행사를 남용하지 말고, 여당은 “노동시장 2중구조를 철폐하겠다”는 대선 공약에 준해 노동약자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여야는 노사 쟁점 사안에 대해 합의 처리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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