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의회의 ‘마이크론 제재’ 한국 압박 부당하다

미국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2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상무부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의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한국도 빈자리 채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구매 중단 조치를 내린 데 대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대체 공급으로 반사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한·미 정부가 나서달라는 뜻이다. 미 의회 성명은 미 행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공동 대응하기로 하자 중국이 기다렸다는 듯 보복에 나섰고, 그 불똥이 한국 기업에 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협력을 얻어야 할 반도체 안건들이 있어 미국 요구를 외면하기 쉽지 않은 처지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연장 여부나 반도체 보조금 지급요건 완화 등이다. 미국의 요구는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판매 축소가 아니라 마이크론을 대체해 반도체를 추가 판매하지 말라는 것이어서 한국 기업에 직접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시장주의에 반하는 요구를 들어주기 시작하면, 미국은 앞으로도 대중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 기업들을 ‘장기판의 말’처럼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구매 중단한 마이크론의 반도체는 첨단 반도체가 아니라 업계에선 범용으로 분류되는 메모리반도체라는 점에서 미국의 요구는 과도하다.

정부가 이번 사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중국과의 교역에서 이익을 얻어온 나라다. 한국 경제의 핵심 수출 상품이 반도체이고,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이다. 한국의 이런 특수성을 집요하고 적극적으로 설명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요구는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외국 기업의 판매에 간섭하는 행위다. 이를 군말없이 수용한다면 미국이 다음에 또 무슨 요구를 들고나올지 모른다. 도청 파문에도 불구하고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하는 윤석열 정부를 허투루 보고 미국이 이런 요구들을 거리낌 없이 내놓는 것 아닌지 씁쓸하다. 이 문제는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정부는 국익을 지키는 데 수단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반도체 특사’ 미국 파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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