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전도 위기감도 민생구제 의지도 없는 윤석열표 경제 구상

윤석열 정부가 4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민생경제를 안정시키며 경제체질을 개선하겠다는 3대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재정 긴축과 ‘부자 감세’ 등 기존 정책 틀은 유지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낮추면서도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아직도 상당수의 선진국이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지만 우리는 한때 6% 넘기던 물가가 이제 2%대로 내려오면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업률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안정되고 있고,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이던 무역수지도 지난달에는 흑자로 전환됐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인식이 과연 현실과 부합하는지 의심스럽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2.7%를 기록했지만 소비자 체감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다. 고물가로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줄었는데 외식이나 식품, 전기·가스·수도 같은 의식주 물가는 10~20% 급등세가 유지되고 있다. 낮은 실업률도 아전인수에 가깝다. 일하는 노인들 수가 늘었을 뿐 청년 실업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지난 5월 현재 20대 청년 중 취업준비도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이들이 35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6000명 증가했다. 무역수지도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를 기록한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불황형’ 흑자나 다름없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수입액 자체가 크게 줄어든 덕분이기 때문이다. 수출은 반도체 불황 등으로 9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미·중 갈등 등의 여파로 중국 수출 역시 13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은행 대출로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수백만명에 이르고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부채는 내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 곳간 사정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올해 5월까지 국세가 지난해보다 36조4000억원 덜 걷혔다. 그런데도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현행(60%)대로 유지해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어떻게 경제 활력을 높이겠단 건지 알 수 없다. 손에 잡히는 비전도, 위기감도, 민생구제 의지도 보이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비상벨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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