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건희 특혜’ 논란 인 양평 도로 백지화, 무책임한 행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 쪽으로 도로 종점이 변경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아예 사업 자체를 백지화한 것이다. 정치 논리를 앞세워 지역 숙원사업을 무산시킨 주무장관 결정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원 장관은 이날 당정회의 후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며 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날파리 선동”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국력을 낭비할 수 없다”고 했다. 8년 후 완공키로 한 사업을 갑자기 없던 일로 하면서 ‘국력 낭비’란 말을 할 수 있는가. 날벼락을 맞은 양평 시민들에겐 사과 한마디 없는 독단적 결정이다.

2017년 사업계획이 수립된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국도 6호선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해 추진됐다. 그러다 2년 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고속도로 종점 노선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 여사 일가가 축구장 3배 넓이(2만2663㎡) 규모 부동산을 보유한 강상면으로 변경됐다. 민주당은 김 여사 일가에게 개발 호재를 몰아주려고 노선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누가 봐도 합리적인 의혹 제기일 수 있다. 원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위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일주일 만에 돌연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다. 원 장관은 한술 더 떠 “차라리 다음 정부가 해라” “장관직을 걸겠다”고도 했다. 의혹은 있는 그대로 밝히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잡으면 된다. 그런 절차 없이 대형 국책사업을 하루아침에 중단하고, 극단적·감정적 언사를 쏟아내는 건 어이없고 황당할 뿐이다. 사업 무산의 정치적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려는 것인지,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지 묻게 된다.

앞뒤 맞지 않는 해명으로 의혹에 불을 지핀 건 원 장관과 국토부였다. 교통량 분산 효과는 없고 비용은 더 많이 드는데 노선을 왜 변경하려 했는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왜 김 여사 일가 부동산 쪽으로 종점을 바꾸려 했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이날 민주당 진상규명 TF의 현지 방문에선 김 여사 일가 땅이 추가로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숨기면 숨길수록 사태는 확산될 수밖에 없다. 도로 개설을 기대한 양평 시민들의 낙담과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원 장관은 무책임한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사업을 백지화시킨 결정 과정과 이유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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