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이해찬 “180석” 발언, 오만·독선으로 치닫는 민주당

역대 총선에서 섣부른 낙관론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2016년 총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의 ‘180석’ 전망,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에 취해 이듬해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패한 민주통합당 사례가 그런 경우다. 유권자를 존중하지 않고 상대 세력을 경쟁자로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낙관론은 어김없이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뒤 당내에서 나오는 ‘야권연합 200석’ 발언을 경계하며 ‘낮은 자세’를 주문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신신당부에도 아랑곳없이 이번엔 당 상임고문인 이해찬 전 대표가 총선 낙관론을 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6일 세종시당 행사에서 민주당이 “단독 과반을 넘기느냐, 지난 총선처럼 180석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번 총선에서 얻은 수도권 의석 103개 중 50~60개만 먹어도 140석, 70개면 154석” “(비수도권 지역도) 호남·제주 30석, 부산·울산·경남 7석, 충청·강원 23석을 얻은 2020년 총선 결과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전당대회에서 ‘20년 집권론’, 같은 해 9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10명은 더 나와야 한다”는 ‘50년 집권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은 정권교체로 끝났다. 이 전 대표 발언이 민주당 패배의 결정적 악재라고 하긴 어렵지만, 민주당의 오만함을 상징한 대표 발언으로 회자됐다. 당 최고원로인 이 전 대표의 발언은 파급력이 크다. 그가 이재명 대표의 후견인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이 대표 생각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 발언이 아니라도 최근 민주당 안팎에서 ‘내일이 총선이면 1당은 무난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선거 4개월을 앞두고도 이렇다 할 총선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당이 무엇을 근거로 그리 자신만만해하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당원권을 강화한 중앙위원회, 친이재명계 중심의 총선 체제로 ‘가장 민주주의가 실종된 정당’(정세균 전 총리), “민주당이 나치당처럼 돼간다”(비명계)는 비판이 나오는 터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날카로운 정책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정권심판론에만 기대 총선 승리를 장담한다면 민주당은 오만·독선의 덫에서 헤어날 수 없다. 지금대로 간다면 지난 대선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0년 7월 세종시 착공 13주년 기념 명사특강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0년 7월 세종시 착공 13주년 기념 명사특강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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