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직 검사들의 총선 출마, ‘검찰공화국’이 자초한 기강 해이

이원석 검찰총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원석 검찰총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배출 후 첫 총선을 앞두고 현직 검찰 간부들이 출마 의사를 밝히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검사가 사표 수리 전부터 정치 행보를 보이는 것은 검찰 조직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일탈 행위다. 검찰 출신이 정부기관 요직에 이어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차지하며 대한민국을 ‘검찰공화국’으로 만든 현 집권세력이 자초한 일탈 아닌가.

대검은 지난달 29일자로 김상민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과 박대범 창원지검 마산지청장을 각각 대전고검과 광주고검으로 좌천성 인사 조치했다. 김 전 부장은 지난해 추석 때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라며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문자 메시지를 고향 주민들에게 보내 논란을 빚었고, 최근 대검 감찰위원회로부터 ‘검사장 경고’를 받자 사직서를 내고 출마 결심을 밝혔다. 그는 진상조사 과정에서 “총선과 무관한 안부 문자”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박 전 지청장은 총선 출마와 관련해 외부 인사와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대검이 특별감찰을 벌이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두 현직 부장검사급 검사들의 처신에 대해 “총선을 앞둔 시기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엄정 조치를 지시했고, 대검은 추가 감찰과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공무원은 선거 90일 전에 사직서 제출만 하면 출마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에 이들의 출마를 막을 방도는 없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비위가 있거나 감찰을 받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출마를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체제하의 검찰이 야권에 대해서는 먼지털기식 수사를 하는 반면 김건희 여사 등 여권 관련 의혹은 외면하는 편파수사로 정치적 중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들이 내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현직 출마를 버젓이 밝히고 있는 것은 개인의 돌출행동이라기보다 검찰 조직 전체의 건강성이 나빠지고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상당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검사의 총선 직행은 어려울 것이다. 권력을 좇아 정치에 줄을 대는 이런 ‘정치 검찰’에 어떻게 정치적 중립을 기대하고 공정한 수사를 맡길 수 있겠나. 국민 불신만 키울 뿐이다. 검찰은 이 참담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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