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볼 수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 대신 KBS와의 대담이 유력하다고 한다. 그것도 오는 4일 대담을 녹화해 7일에 방영하겠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일 “산발적 질문이 나오는 회견보다 깊이 있게 말할 수 있는 대담을 대통령이 선호한다”고 했다. ‘깊이 있는’ 메시지 전달을 위해 특정 매체와의 인터뷰로 갈음하겠다는 것이지만, 참으로 군색한 변명이다. 내세울 것 없는 국정,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의혹 같은 불편한 질문을 피하고 싶기 때문임을 모를 이가 없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언론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정식 기자회견은 단 한차례도 열지 않았다. 이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9개월만에 20%대(29%)로 떨어졌다. 경제·민생 문제, 소통 미흡, 거부권 행사, 김건희 여사 문제가 30%대 방어벽을 무너뜨렸다. ‘김건희 리스크’가 부정 평가의 주된 이유이고, 이것이 신년 기자회견을 피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특검법을 거부하더니, 기자들의 질문도 피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관련 의혹에 일체 해명하지 않았고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정 사유화’ 논란을 키웠다. 각종 조사에서 70%가량이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에 입장을 표명하라’고 할 정도다. ‘김건희 리스크’가 바야흐로 ‘대통령 리스크’로 번지는 이 상황은 윤 대통령이 직접 풀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손준성 검사가 지난 달 31일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고발사주 범죄는 검사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검찰의 조직적 총선 개입이 확인된 ‘국기문란 범죄’다. 당시 윗선이자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은 판결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이것 말고도 기자들이 국민을 대신해 던지고 싶은 질문은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정권 편향적 보도가 두드러지고 있는 KBS와 녹화대담으로 기자회견을 대신하겠다는 것은 ‘약속대련’을 하겠다는 뜻이다.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두루뭉수리한 질문과 답변이 오갈 것이다. 이를 대국민 소통으로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까. 윤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이 그렇게나 두려운 것인가.
국정 책임자가 기자들의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고, 솔직한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밝히는 것이 민주정치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잘만 하면 국정 기조 변화의 전기가 될 수 기회를 윤 대통령이 저버린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