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그림을 찍기 위한 저열한 몰카 공작”이라며 “그런 점을 국민이 잘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는 “총선용이 명백하다”고 했다. 집권여당 대표가 ‘국민 눈높이’에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는커녕 김 여사만 엄호하며 국민 뜻과 엇가고 있다. 대단히 유감스럽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짚은 ‘걱정할 만한 부분’은 “경호 문제나 여러 전후 과정”이다. 재미 목사가 허술한 대통령실 경호를 뚫고 김 여사 개인 사무실에서 명품백을 직접 전달한 것은 영상에 찍힌 그대로다.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건 대통령 부인이 비공식 자리에서 명품백을 받았고, 돌려주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작으로 몰아서 국민적 의혹이 풀린다고 여겼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한 위원장은 자신을 “국민 눈높이에서 정치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왜 김 여사 얘기만 나오면 잣대가 달라지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한 한 위원장 인식도 국민 눈높이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의 특검법 재표결 시도를 비난했지만 다수 국민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특검법을 지지하고 있다. 특검으로 김 여사 의혹을 소상히 밝혀내는 게 국민 뜻에 부합한다. 한 위원장은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지역 주민 중 얼마나 찬성하는지조차 불분명한데도 “동료 시민들이 원하면 저는, 국민의힘은 한다”고 했다. 70%에 이르는 ‘동료 시민들’이 요구하는 김 여사 특검법을 무작정 반대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해 “저와 굉장히 오랜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자기 생각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이 김 여사 문제에 ‘국민 눈높이’를 거론했다고, “김경율 사천” 문제를 걸어 사퇴를 요구한 건 윤 대통령이다. 이를 직접 밝힌 건 한 위원장 자신이다. 그새 잊었는가. 국민들은 여당 대표가 대통령실과 원활하게 소통하되, 국민 여론을 전하며 당당하기를 기대한다. 그와 반대로, 한 위원장은 ‘21년 지기’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해 시종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죽을 길인 걸 알면서”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그의 정치적 생살여탈권은 제1 야당 대표가 아니라 국민이 쥐고 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살 수 있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다시 들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