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BS ‘세월호 다큐 4월 불방’ 지시, ‘총선 개입’ 아닌가

KBS가 준비하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가 윗선의 반대로 오는 4월 사건 10주기에 맞춰 방송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KBS 1TV ‘다큐 인사이트’ 제작진은 지난 15일 사내 PD협회 회원들에게 4월18일 방송을 위해 준비 중인 ‘세월호 10주기 방송-바람과 함께 살아낼게’(가제)가 윗선 지시로 6월 이후 방송될 상황에 처했다고 알렸다. 제작진은 ‘총선일(4월10일)보다 8일 뒤에 편성돼 있는데 무슨 영향을 줄 수 있느냐’고 묻자 ‘총선 전후로 한두 달은 영향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세월호 사건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한국사회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이 그후 10년의 시간을 돌아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많은 언론들이 올해 4월16일을 앞두고 각자의 관점에서 세월호 사건 관련 특집을 준비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 KBS에서 총선을 이유로 4월 불방 지시가 내려졌다니 황당할 뿐이다. KBS는 총선을 전후해 1~2개월 동안은 조금이라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어떤 것도 보도하지 않겠다는 의미인가. 다분히 ‘총선 개입’ 시비를 부를 일이다.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후 KBS는 윤석열 정권의 뜻에 충실한 도구로 변해가고 있다. 박 사장은 취임 첫날 제작진 의견을 무시한 채 9시 뉴스 앵커 등 주요 보직을 교체하고 몇몇 프로그램을 없앴다. 그러면서 KBS가 그때까지 불공정하게 보도했다면서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어떤 점이 불공정했는지 조사하고 납득시키는 과정은 없었다. 신년 기자회견 대신 진행된 KBS의 윤석열 대통령 대담은 ‘땡윤 방송’ 소리가 커지는 기폭제가 됐다. 인터뷰를 진행한 앵커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사안을 축소하고 본질을 호도하는 질문을 함으로써 윤 대통령에게 자기 입장을 변호할 기회만 제공했다. 이 대담에서 KBS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거부 등 윤 대통령이 불편해할만한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공영방송 KBS와 국정소식을 전하는 KTV 차이가 뭐냐고 물은 날이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책임감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세월호 10주기 다큐 방송을 예정대로 해야 한다. 그것의 방송 여부는 한국사회의 언론 자유가 얼마나 후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공영방송은 관영매체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 앞서 박장범 KBS 앵커에게 국무회의장을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 앞서 박장범 KBS 앵커에게 국무회의장을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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