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종섭·황상무 경질 선 그은 대통령실, 민심 안중에도 없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현 주호주대사). 박민규 선임기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현 주호주대사). 박민규 선임기자

대통령실이 18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과 관련해 “특정 현안과 관련해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 내지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와 관련해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분출하는 황 수석과 이 대사 경질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민심과 정치권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윤석열 대통령의 독선과 불통도 문제지만 지금의 언론 현실에 대한 ‘유체이탈 화법’과 이 대사 혐의에 대한 월권에 가까운 판단에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

대통령실은 언론인 사찰, 언론사 세무사찰이 없다는 점을 언론자유의 증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다수 시민과 언론 종사자가 피부로 느끼는 언론자유 침해는 심각하다. 방송통신심의원회의 방송 검열은 일상이 됐다. ‘바이든-날리면’ 보도 건으로 MBC가 징계를 받았고, ‘김건희 특검’에 ‘여사’를 안 붙였다고 SBS가 ‘권고’ 결정을 받았다. 날씨 코너에서 ‘미세먼지 농도 1’ 소식을 전하면서 사용한 숫자 이미지가 더불어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의 1번이라는 트집을 잡아 MBC를 징계하려 들고 있다.

검찰은 검찰대로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여러 언론사, 언론사 대표, 기자들을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했다.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한국이 47위로 전년보다 4단계 하락한 이유가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언론의 자유와 언론기관의 책임을 철저하게 존중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국정철학”이라고 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던 MB 정부의 궤변을 떠올리게 한다.

이종섭 대사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즉각 귀국 요구를 일축하면서 “이 대사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외압 의혹의 당사자이고 이 대사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이 대사의 혐의 유무는 공수처가 수사로 밝힐 일이지 잠재적 수사 대상인 대통령실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실은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이 대사가)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했지만, 공수처는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주요 피의자를 대사에 임명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기본 인식이 없으니 이렇게 말이 꼬이는 것이다.

이 대사, 황 수석 처리는 국정 책임자가 최소한의 상식을 지니고 있는지 판단케 하는 사안이다. 시간은 더 이상 윤 대통령 편이 아니다. 이제라도 조속히 두 사람을 경질하고 독선적 국정운영을 바로잡는 것이 그나마 파장을 줄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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