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없는 박근혜 정부 3년차

김용현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어느덧 박근혜 정부가 출범 3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출범 당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많은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남북관계는 특별한 성과 없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데 그쳤다. 북한의 3차 핵실험, 개성공단 잠정 중단, 남북대화 무산의 악재가 있었다.

[정동칼럼]‘남북대화’ 없는 박근혜 정부 3년차

반면 눈에 띄는 성과는 작년 설 이산가족 상봉 딱 하나뿐이었다. 그 결과 현재, 대화 없는 남북관계는 강대강(强對强)의 대결구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대박’ 발언으로 대내적으로 통일담론을 확장시켰다. 드레스덴 선언, 통일준비위원회 출범이 잇따랐다. 올해 초 통일부 등 4개 부처 합동업무보고에서는 2015년을 ‘한반도 통일시대를 개막하는 해’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위해 실질적 통일준비에 매진해 나가겠다면서 이른바, ‘평화통일기반구축법’을 제정하는 등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은 남북관계 개선이 전제되어야 성과를 내올 수 있다. 그렇지 않는 한 모두 계획에만 그칠 가능성이 크다. 꽉 막힌 남북관계 현실에서 볼 때, 실효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포장은 요란하나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화려한 장밋빛 사업 구상으로 그럴싸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2년 내내 통일은 대박이라 했지만, 이산가족 상봉 단 한차례가 전부였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아서 성과가 없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어쩐지 군색하다. 북한이 언제는 남측 의도대로 대화에 나선 적이 있었던가? 물론 남북관계 관리, 한반도 평화 관리는 남북 당국이 나눠 짊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남측 정부가 제몫을 해야만 하는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접근법과 대북정책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박근혜 정부는 김정은 체제를 매우 불안정하고 인정하기 싫은 정권, 상대하기 불편한 정권으로 보는 듯하다.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지 않은 채, 박근혜 정부의 가치관과 원칙만으로 끌고 가는 것이 남북관계 접근법이자 대북정책의 전부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가 북한 주민 2500만명을 통치하고 대표하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가장 인도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북한 당국과 마주 앉지 않을 수 없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앞으로의 3년이 정말 중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 및 한반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은 G2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미국을 견제하면서 한반도에서 영향력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 일본은 독자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반도 내부 환경도 변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주변국 관계와 거의 대등한 수준에서 남북관계를 보기 시작했다. 북·미, 북·중, 북·러, 북·일 관계 등과 남북관계의 차별성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도 모든 관심은 경제에 쏠려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김정은 체제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집권 3년을 맞은 지금, 박근혜 정부가 가장 변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어쨌든, 김정은 체제와 대화를 통해 남북 간 현안, 북핵 문제, 한반도 문제 전반을 풀어가야 한다. 금강산 관광 재개, 5·24조치 해제 문제 등은 최고지도자의 철학과 결단 속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북한 당국의 상황이나 응답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대북 제안은 그만 나와야 한다. 국민들의 가슴을 울리고, 북한 당국을 움직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공학적 접근으로 대북정책을 펼치는 것은 당장은 성과가 보일지 모르나, 결국엔 모래성일 수 있다.

5월이면 러시아는 모스크바에서 외국 지도자 초청 2차 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중국 정부도 9월에 외국 지도자들을 초청해 전 세계의 반파시스트 전쟁과 중국인들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퍼레이드를 톈안먼 광장에서 성대하게 개최한다.

똑같이 2차 대전 종전 70돌을 맞아, 남북한만 각각 서울과 평양에서 외국 지도자 한 명도 초청하지 않고 밋밋한 기념행사를 할 것인가? 매화 피는 춘삼월을 앞두고, 남북관계는 아직도 얼어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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