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재벌회장의 ‘과속 스캔들’

오창민 논설위원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국회사진기자단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국회사진기자단

60대 남성이 서울 도심에서 과속 운전을 하다가 무인단속 카메라에 걸렸다. 알고보니 그는 대기업 회장이고, 시속 160㎞ 이상으로 차를 몰았다. 경찰이 조사에 착수하자 회사 직원이 자신이 운전했다며 허위 자백을 했다. 장본인인 회장은 이 모든 과정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지만 현재 진행 중인 실화다.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지난해 11월9일 오후 11시30분쯤 서울 올림픽대로에서 자신의 스포츠카 페라리를 몰고 시속 167㎞로 질주하다 무인단속 카메라에 찍혔다. 해당 구간의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80㎞다. 경찰이 구 회장에게 출석을 통보하자 이 회사 김모 부장이 경찰에 나가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LS일렉트릭에 따르면 김 부장은 단순 과태료 납부 사건으로 알고 ‘과잉 충성’해 자신이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했으나 제한속도보다 시속 80㎞를 초과해 형사 처벌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바꿨다. 구 회장은 김 부장이 허위 자백을 한 사실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구 회장이 과속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한 상황에서 김 부장이 사안을 가볍게 생각하고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과속 스캔들>은 미혼인 36세 남자 연예인에게 22세의 딸과 6세 손자가 갑자기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물이다. 재벌 회장이 주인공인 이번 ‘과속 스캔들’은 단순 해프닝인지 범죄 스릴러인지 아직은 장르를 가늠할 수 없다. 경찰은 구 회장이 ‘운전자 바꿔치기’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용산경찰서는 구 회장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김 부장을 범인도피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이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시속 167㎞로 달리고도 이를 범법 행위로 인식하지 못한 사람이 매출 4조원의 상장 대기업을 이끌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과속 운전은 금물이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갈 수 있고, 자신뿐 아니라 애먼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길 수도 있다. 경제력에 따라 벌금이 주는 처벌 효과는 다르다. 구 회장 같은 이에게는 독일 등 유럽처럼 재산이나 소득에 비례해 속도 위반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그래야 정신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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