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직 사퇴 철회… ‘통합과 혁신’의 짐은 그대로

안홍욱 기자

민주당 손학규 대표(64)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통합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사퇴키로 한 결정을 하루 만에 번복했다.

손 대표는 5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중대한 과오에 대한 책임은 안고 가되,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의 승리를 이끌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표직 사퇴 의사를 철회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5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전날 대표직 사퇴 표명을 번복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5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전날 대표직 사퇴 표명을 번복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손 대표는 번복 배경으로 “당 대표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당의 고문, 중진, 의원들이 사임을 극구 만류했다”며 “서울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남은 임기 동안 야권 통합과 당의 혁신에 매진하라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책임을 완수함으로써 당과 민주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헌신을 명하는 것인 만큼 무겁게 여겨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손 대표의 대표직 사퇴 철회를 결의했다. 참석한 의원 65명은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를 돕고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지금은 사퇴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김진표 원내대표와 정장선 사무총장이 성남 분당의 손 대표 자택을 두 차례 찾아 “당의 명령”이라며 의원총회 결과를 전했다.

손 대표의 결정에는 자신의 사퇴로 당이 심각한 혼란 상황에 빠지고, 6일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서울시장 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또 재·보선 외에도 정기국회 최대 쟁점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동의안 처리 등 현안도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터다. 손 대표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사퇴 선언과 번복 과정이 경선 패배 후 불거질 수 있던 책임론을 잠재우고 서울시장 선거에 당이 총력전을 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대표직 사퇴 선언이 무책임한 선택이었다는 지적은 남아 있다.

하루 만에 돌아왔지만 손 대표에게 주어진 숙제는 간단치 않다. 손 대표 스스로 대표직 복귀 회견에서 ‘통합’과 ‘혁신’에 무게를 실었다. 그의 임기는 사실상 내년 대통령선거 1년 전인 오는 12월 중순이다. 서울시장 선거는 내년 총선·대선의 전초전이자 야권 통합에도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제1야당으로서 범야권을 아우르고, 통합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당 혁신 작업도 마찬가지다.

손 대표는 “(지난 3일) 경선장에 온 시민 물결은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변화의 물결”이라며 “민주당은 변화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시대적 요구에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그러나 구체적인 혁신 방안에 대해선 “다음에…”라며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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