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의지 보이러 왔다”… 손학규 “압박인 것 같다”

이용욱·박홍두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국회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박희태 국회의장(73), 여야 지도부와 1시간20여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정직한 대통령으로 남으려 한다”면서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준동의하면 FTA 발효 후 3개월 내에 미국에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64)는 “투자자소송 조항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게 당 입장”이라고 제안을 거부했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64)는 회동 내내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통령은 국회 본청 3층 제1접견실에서 여야 지도부와 악수를 나눈 뒤 손 대표에게 “아이고, 자주 보네요”라고 했다. 이어 “문제가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그 의지를 양당 대표에게 보여주러 왔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즉각 반박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온다고 하면 잔치가 돼야 하는데 오늘 분위기가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면서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는 게 야당에 대한 압박, FTA를 일방 처리하기 위한 수순밟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저희가 안 나올 수도 없다. 야당 대표가 안 나와도 대통령이 기다리겠다는데…”라는 손 대표의 말에 이 대통령은 “나는 그런 얘기 한 적이 없는데…”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저희 입장은 변함이 없고. 양국 간 이익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손 대표가 “ ‘10+2’ 중 최소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는 해야…”라고 말을 잇자, 청와대 측은 ‘발언 시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기자들을 내보내고 비공개 면담으로 전환했다.

비공개에선 이 대통령이 반격했다. 그는 “손 대표가 야당 입장을 곤란하게 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려 한다면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나는 그렇게 정치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의장은 “한·미 FTA 22조3항을 보면 어떤 문제도 서로가 요구하면 응하게 돼 있고 재차 논의할 수 있다. 여야 간 합의하면 대통령이 적극 나서달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의장께서 열심히 잘 살펴보셨다. 그럼 내가 (해결을) 하겠다”면서 ‘투자자소송 재협상’ 방안을 꺼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최소한 투자자소송 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맞섰다.회동 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57)는 “파격적인 제안이 있었다”고 바람을 잡았다. 반면 손 대표는 “당론에는 변함이 없다”고 사실상 대통령 제안을 거부했고, 김진표 원내대표(64)는 “미흡하고 실망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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